[사설]産別노조, 결국 조합원 어렵게 할 惡手

  • 입력 2006년 6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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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아, GM대우, 쌍용자동차 노조가 오늘부터 사흘간 ‘전국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다.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기업단위 개별노조에서 산업별(산별·産別)노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말까지 20여 개 사업장에서 같은 투표가 실시된다.

민주노총과 해당기업 노조는 산별노조로 전환해 뭉치면 교섭력이 강해져 조합원들에게 득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별노조는 개별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약이 아니라 독(毒)이 되기 쉽다는 게 외국의 경험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결국 부실기업으로 전락해 대규모 감원(減員) 없이는 지탱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지경에 이르러서야 론 게텔핑거 UAW 회장이 최근 ‘노조의 변화와 희생’을 외치고 있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와 그 노동자들의 고행(苦行)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산별노조 체제에선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상층부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개별 사업장의 경영사정과 근무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일률적 합의를 이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운동가들은 현장과 따로 놀면서 ‘정치적 투쟁’을 일삼고 조합원은 수시로 파업에 동원되기 십상이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데도 산별노조가 전국단위 교섭을 통해 동일한 근로조건과 급여를 강요하는 것은 우선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견뎌 내기 어렵다. 지역별 지부별로 이중 삼중의 협상을 해야 하는 것도 지극히 소모적이다. 산별노조가 일시적으로는 노조 이익을 키울지 몰라도 결국 기업경쟁력이 떨어져 노동자가 아예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민주노총은 지도부의 잇단 비리와 무분별한 정치투쟁으로 국민의 등 돌림과 노조 가입률 하락을 자초했다. 그러자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산별노조 카드를 들고 나온 듯하다. 하지만 산별노조를 통해 노사관계 불안을 가중시키고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추락을 부채질하면 결국 노동자들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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