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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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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병옥·河丙鈺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
17일 오전 10시 반 야스쿠니(靖國)신사에서 불과 100m도 떨어지지 않은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 총련 중앙본부.
하 단장과 서 의장이 부둥켜안았다. 재일동포 사회를 양분하면서 반세기 동안 대립과 반목을 거듭해 온 총련과 민단의 대표가 38선을 허물듯 처음 만나는 순간이었다. 민단 중앙회관에서 승용차로 20분도 걸리지 않는 총련 중앙본부를 방문하는 데 50여 년이 걸린 하 단장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 단장과 서 의장은 몇 마디 덕담을 더 나눴지만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위험해” “밀지 마” 등 보도진 150여 명이 외쳐대는 떠들썩한 고함소리에 파묻혀 버렸다.
두 단체 간부 14명은 정원에서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친 뒤 9층 회담장에서 마주 앉았다.
하 단장이 “이런 날이 오기만을 오래전부터 꿈꾸고 있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먼저 말문을 열자 서 의장은 “우리도 같은 심정”이라고 화답했다.
하 단장은 또 “오전 5시부터 민단 지역본부 간부 등에게서 수백 통이 넘는 격려 전화를 받았다”고 소개하고 “이런 동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두 단체가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민단과 총련 간부들은 보도진을 물리친 채 회담에 들어갔으나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양측은 공동성명에서 “두 단체 간에 오래 지속돼 온 반목과 대립을 화해와 화합으로 전환할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단체의 화해에 대해 재일동포사회는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소설 화산도의 작가인 김석범(金石範·81) 씨는 “남북한의 통일이나 한일, 북-일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의 의사를 반영한 ‘정치성 이벤트’라는 싸늘한 시선도 있다.
일본 정부는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민단과 총련이 화해하면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하기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 공안당국 안팎에선 “납치문제 해결에 미묘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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