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교 논술 클리닉]논술의 원리

논술에서는 어떤 구체적인 사례들 속에서 특징적인 현상이나 개념을 이끌어 낼 것을 요구하는 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다.

이처럼 ‘보이기’는 다루고자 하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적용된 사례를 통하여, 그것이 어디에 속하는 것인가, 그것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과 같으며 다른가, 무엇에 근거하여 생각할 수 있는가 등과 방식으로 논점을 분명히 드러내는 사고 활동이다.

보이면 구체화 된다.

위 그림은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Henri de Toulouse-Lautrec)의 ‘르 디방 자포네(Le Divan Japonais)’이다. 왼쪽에 비하여 오른쪽 그림이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왜 그런가?

왼쪽은 스케치 상태의 밑그림이고, 오른쪽은 밑그림을 토대로 한 편의 그림을 완성한 것이다. 스케치 상태에서는 모자를 쓰고 부채를 든 여인만이 홀로 등장하나,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색감이 더해지고 여인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이 보충되었다. 또한 ‘일본식 의자’라는 제목이 결정되면서 그림의 의미는 처음 스케치 상태보다 훨씬 구체화되었다.

논술을 위한 사고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려면 그 문제의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왼쪽 그림처럼 문제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으면 논의할 초점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보이기라는 사고 활동을 통해 문제의 성격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 활용글

전국에서도 유명한 산간 오지의 하나였던 전라북도 무주군이 교통이 좋아지면서 대전의 반나절 생활권으로 탈바꿈하였다. 일부에서는 무주가 대전의 위성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통영∼대전 고속 국도에서 대전∼무주의 44km 구간이 개통된 뒤 생겨난 현상이다. 대전에서 무주읍까지 1시간 20여 분 걸리던 시간이 30여 분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무주읍 가옥리의 무주 인터체인지를 통하여 들어오는 대전·충북 지역 차량은 700여 대로, 고속 국도 개통 전에 비하여 일곱 배가량 늘었다. 대부분은 리조트 등을 찾는 관광객들이며 무주의 무공해 농산물과 한과 등 지역 특산물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또 다른 변화는 무주 사람들의 발걸음이 전주에서 대전 쪽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다. 옷·가전 제품 등을 사기 위하여 큰 장을 보려는 사람들이 전주보다 대전으로 나가는 실정이다. 유통 시장 규모가 대전이 클 뿐 아니라 전주까지는 1시간 20여 분 걸리지만 대전까지는 30여 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한국 지리, 법문사, 33쪽]

■ 해설

이 글은 교통의 발달에 따라 지역 생활권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필자는 전북 무주군이 고속 국도 개통 이후 대전의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었음을 보여 주기 위해 두 가지 사례를 들고 있다. 하나는 무주 인터체인지를 통하여 들어오는 대전·충북 차량들이 이전에 비해 7배가량 늘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무주 사람들이 전주에서 대전 쪽으로 발걸음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역 생활권이 바뀌었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무주 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성향과 무주에서 대전 쪽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성향을 제시하고 있다.

단지 무주에 인터체인지가 개통되고 차량들이 많이 오간다는 것만 제시한다면 지역 생활권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오가는 차량은 어디에 속한 것인가, 그것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들어오는 차량과 나가는 차량은 어떤 점이 같고 다른가, 이에 근거할 때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교통의 발달과 지역 생활권의 변화를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양근 파사쥬 논술 대표강사

■ 논제

제시문에 나온 ‘대의 민주주의’에 대해 풀이하고, 현대 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에 대해 논하시오. [제시문은 이지논술 4월 11일자 10면 또는 이지논술 사이트 참조]

■ 학생글

김선민·대전 동방여고 2학년

5월 말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마다 많은 후보들이 출마해 있다. 그들은 각종 공약을 내세우며 대형 현수막으로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린다. 또한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한 표를 얻기 위한 여러 가지 홍보활동을 한다. 이는 대의 민주주의라는 정치 형태의 특성상, 자신의 당선 여부가 유권자의 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①-1그러나 제시문 (나)의 내용과 관련하여 이러한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②【유권자는 한 표의 값어치로서만, 그것도 선거철에만 귀중한 존재일 뿐이며 선거 이후에는 정치에 무관심해진다는 점】에서 ①-2루소의 생각과 우리나라의 현실은 매우 비슷하다.

대의 민주정치란, ③앞서 살펴보았듯이 보편적으로는 투표를 하여 자신의 대표를 선출하는 방법으로 실현된다. 이런 사실은 ‘모든 시민은 직접 또는 대표자를 통해서 법 제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는 내용의 프랑스 인권선언 제6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의 민주정치는 산업화에 의한 도시화로 인구가 증가하면서 모든 국민의 직접 정치 참여가 불가능해지고, 복잡한 사회 변화에 따른 전문적 정치인이 필요해짐에 따라 생겨났다.

그러나 대의 민주정치는 정치적 무관심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과 국민의 정치 참여 방법을 투표에 제한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고 현대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④먼저 자신이 투표한 사람이 과연 어떤 일을 하며, 자신에게 실제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⑤정치적 무관심이란, 정치적 상황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이나 행동이 결여되어 있는 정치적 태도를 뜻하는 말로서 이것의 가장 큰 원인은 정치와 자신과의 관련성에 대한 무지이다. 한 예로, 국민의 세금을 이용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인데,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낸 세금에 대한 사용 계획을 세우는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을 한다면 지방선거를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못지않게 신중히 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민에 의한 정치인의 중간 실적 평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국민의 정치 참여 범위를 단순히 대표를 선출하는 것에서 그 대표의 적절성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으로 확대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정치인의 활동 실적을 바탕으로 그의 남은 임기의 정책 방향이 결정될 수도 있고, 다음 선거 때에는 보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후보를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주권의 근원은 국민에게만 있다고 프랑스 인권선언 제3조에서 천명한 바 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한다는 민주주의의 본래 의미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국민 스스로의 각성과 적극적인 참여 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 첨삭지도

논제를 포함하여 유의사항에 주어진 조건이 많다. 유의 사항에 주어진 조건은 명료하여 학생들이 놓치지 않고 잘 기술하였으나 논제와 관련한 기술 내용에 있어서 반드시 포함해야 할 두 가지 내용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풀이’, ‘현대 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제대로 기술하지 않고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일방적인 생각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①-1통합형 교과 논술을 포함해서 최근 대학별 고사는 유의 사항이나 논제를 통해서 조건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러한 유의 사항이나 조건에 대해 쓰고 있다고 밝히는 것은 좋은 논술이 아니다. ①-2의 경우는 유의 사항을 다시 반복하여 기술하는 것으로 지양해야 한다. 논술에서는 중요한 숙지 사항 중에 하나이니 유의하도록 하자.

①②에서는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관계가 모호하여 전달하려는 내용이 명료하지 못하다. 주어는 유권자로써 유권자의 선거 이후 정치적 무관심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기술하고자 한 것인지, 유권자는 출마자에게 단지 한 표에 불과하며 선거철에만 존중받는 대상으로 기술하여 출마자를 비판한 것인지, 하나의 문장에 두 대상을 모두 비판하려는 의도였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③은 논술에서 흔히 오류를 범하는 중계문이다. 중계하는 문장이란 자신이 논술문을 쓰게 될 과정을 언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계문은 개요 짜기를 통해 미리 연습지에 작성하거나 머릿속에서 그 내용을 생각하면 되는 내용이므로 원고지에 써서 지면을 채우고자 하는 느낌을 준다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들 것이다.

④는 두 번째 논제 ‘현대 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에 대해 잘 논술하고 있다. 좋은 논술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요건 중에는 ‘주장의 명료한 진술’, ‘명료한 주장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도록 뒷받침해줄 수 있는 구체적 사례 제시’가 있다. 김선민 학생은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을뿐더러 ⑤에서처럼 자신의 주장에 대해 용어 해설까지 덧붙이고 있어 명료함이 더해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게 되어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얻게 된다.

중계문을 사용하거나 논제를 반복하는 세부적인 글쓰기의 오류를 제외하고 크게 지적할 만한 내용이 없을 만큼 주어진 조건에 충실한 논술이다. 특히, 주장을 두 개로 단순화하여 근거를 매우 충실하게 다루어 준 점은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많은 학생이 주장을 열거하여 자신의 배경 지식을 자랑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논술에서 주장보다 설득력을 높여주는 것이 논거이다. 주장으로 나올 수 있는 내용은 한계를 갖지만 논거는 학생들의 지식과 사고를 통해 매우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주장보다는 논거에 충실한 논술이 되도록 노력하자.

이석록 대치메가스터디학원장 논술강사

○ 써서 보내요

제시문에 나온 ‘대의 민주주의’에 대해 풀이하고, 현대 사회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에 대해 논하시오.[제시문은 이지논술 4월 11일자 10면 또는 이지논술 사이트 참조]

■ 제시문

(가) 허무주의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허무감, 생(生)의 허무감을 느껴 보는 기분, 이건 하나의 생활감정이기도 하다. 적당하게 생활을 물들여 단풍진 나뭇잎같이 생활을 아름답게도 할 수 있는 감정 이것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모든 가치를 근본에서부터 의심해 보는 태도, 철저히 탐구하고 진지하게 사색하는 감정과 이성, 이것은 학문적 허무주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앞에 말한 허무나, 지금 말한 허무는 아직 희망을 잃지 않은 허무다. 이 허무사상을 조절하고 기름으로써 보다 충실한 생활, 보다 훌륭한 가치에 이를 수도 있는 건가. 그런데 여기 일체의 희망을 버려야 하는 허무가 있다. 일체의 가치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감정사상, 이건 불모(不毛)의 사상, 키에르케고르의 말 따라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을 수 있을까. 좌익이 덤비는 꼴, 그들의 사고방식을 보면 거기 희망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날뛰고 있는 우익에 기대를 걸 수도 없고, 제3의 길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없고, 자라나는 세대는 스스로의 보류된 신분이란 특권을 이용하기는커녕, 어른들의 추잡한 혼란을 그들의 규모로서 모방한 채 혼란하고 있고, 유일한 길은 도피인데 도피가 길일 수 있을까. 도피해서 장사를 해선 내 속의 돼지를 키우는 것이 보람 있는 생활이 될 수 있을까. 딜레탕트로서 마스터베이션(自慰)하는 것이 생활일 수 있을까.

예술에로의 도피? 도피한 예술이 예술이 되자면 천재가 있어야 하는데, 천재 없는 예술은 치욕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불모의 허무지.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의 사상을 강철의 사상이라고 하고 그 사상으로 무장한다고 떠들어 대지만 이 불모의 허무주의만은 뚫을 수가 없을 게다. 지금 내가 싸우고 있는 것은 내 속에 있는 이 허무주의에 대해서다. 나는 앞으로 1년 동안은 이 허무주의에 이겨 나갈 작정이다. 그 목적은? 지금 내가 맡고 있는 학급 학생 전원을 누구의 손에도 넘겨주지 않고 어떤 사고에도 다치게 하지 않고, 한 사람도 병들어 낙오하지 않게 해서 무사히 졸업시키는 일이다. [이병주, 관부연락선]

(나) 일본의 패망을 확신하고 새로운 국가의 건설을 준비해 왔던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보통 선거를 통한 민주 공화국의 수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건국 강령을 제정, 공포하였다.

한편, 사회주의 계열인 중국 화북 지방의 조선 독립 동맹이나 만주 지역에서 항일 운동을 전개하던 단체, 그리고 국내의 여운형이 주도한 조선 건국 동맹도 각각 민주 공화국 건설을 위한 원칙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광복의 감격과 각계각층의 건국 운동이 곧바로 자주 독립 국가의 건설로 연결되지는 못하였다. 일본군의 무장 해제를 이유로 미군과 소련군이 38도선 이남과 이북에 진주하여 군정을 실시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미·소 냉전의 질서 속에서 우리 민족은 우익과 좌익 세력으로 대립하였다.

좌우의 대립은 신탁 통치 문제를 둘러싸고 격화되었다. 1945년 12월, 모스크바의 3국 외상 회의에서는 임시 민주 정부의 수립, 미·소 공동 위원회의 설치, 공동 위원회와 임시 정부는 최고 5년간의 신탁 통치 협정을 만들 것 등을 결정하였다. 이에, 신탁 통치에 반대한 우익과 모스크바 3국 외상 회의 결정안에 찬성한 좌익이 대립하게 되어, 결국 자주 독립의 통일 국가를 수립하지 못한 채 민족 분단의 길로 가게 되었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123쪽, 2006]

■ 유의사항

1. (가)에 제시한 ‘허무주의’의 세 가지 종류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보일 것.

2. (가)의 화자가 (나)와 같은 시대 상황에 처해 있다고 추정할 때 그가 극복하고자 하는 허무주의는 무엇인가에 대해 논할 것.

3.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400자 정도로 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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