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性폭력범, 초범도 신상 공개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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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하고 격려하고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 사건이 사회적 충격파를 몰고 온 가운데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오른쪽)이 2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성폭행범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본회의장에 들어가던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시위하고 격려하고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 사건이 사회적 충격파를 몰고 온 가운데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오른쪽)이 2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성폭행범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본회의장에 들어가던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경우 초범이라도 사진과 주소 등 세부 신상정보를 등록관리하고 지역 주민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성범죄자에 대한 고소 기간 및 공소시효를 철폐하는 방안도 추진되지만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청소년위원회는 21일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최근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 사건과 관련해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 근절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개정된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소년위는 올해 6월 30일부터 성폭력 재범자의 사진, 실제 거주지와 근무지의 상세 주소 등을 청소년위에 등록하고 피해 청소년 및 가족, 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의 장에 한해 열람하도록 했다.

그러나 청소년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13세 미만의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경우 초범이라도 상세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재범자는 피해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등록하도록 법을 재개정하기로 했다.

또 청소년위는 현행법의 경우 피해자와 가족 등 제한된 경우에 한해 성범죄자의 상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지역 주민이 인근에 살고 있는 모든 성범죄자의 사진과 주소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은 가까운 경찰관서에서 인근의 성범죄자를 조회할 수 있어 위험 인물을 경계할 수 있게 된다는 것. 현재도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는 유치원, 학교, 학원, 쉼터, 보육시설, 아동복지시설 등 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에 5년간 취업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또 청소년위는 6월 30일부터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는 성범죄자에 대한 고소 기간과 7년인 공소시효에 대한 제한 규정을 철폐하는 방안을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성범죄 근절 의지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법 규제 강화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거세… 전자팔찌… 정치권도 강경처벌論 일색

서울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성범죄자를 ‘거세(去勢)’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성범죄자에 대한 강경처벌론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한나라당 측 간사인 진수희(陳壽姬) 의원은 21일 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독일이나 덴마크, 노르웨이 등은 성범죄자의 거세를 합법화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며 성범죄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같은 당 박세환(朴世煥) 의원도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법안 등 좀 더 강력한 법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조배숙(趙培淑)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국에서는 성범죄자가 출소하기 전에 성욕감퇴제 약물을 복용시키는 예도 있다”며 성범죄자에 대한 거세 방안을 검토해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 측은 일단 전자팔찌법안부터 통과시켜서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국회에 상정된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안’(일명 전자팔찌법안)은 상습적 성범죄자의 출소 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급히 전자팔찌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에 올리는 등 심사에 착수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아동성범죄, 사법당국 무지가 禍불러”

“법원을 비롯한 사법 당국의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무지가 이 같은 사태를 불렀다.”

서울에서 유일한 정부 위탁 아동 성폭력 상담 단체인 ‘해바라기 아동센터’ 최경숙(崔景淑·사진) 소장은 허모(11) 양 성폭행 피살 사건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이 사건 용의자 김모(53) 씨는 지난해 4세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공탁금 200만 원을 내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최 소장은 “법원은 피해자 가족이 합의를 거부했지만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으며 공탁금을 냈다’는 이유로 김 씨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그가 재범률이 높은 아동 성폭력 범죄자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가 아동을 보면 성욕을 느끼는 ‘소아기호증’이 있다고 의심했다”며 “하지만 이전에 수차례 자발적으로 낸 의견서가 받아들여진 적이 없어 의견서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동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조사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법원은 아동 성폭력 사건을 판결할 때 전문 상담단체의 의견을 조회할 수 있다. 최 소장은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경찰과 검찰이 전문가에게 피해 아동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66건이며 조사 후 의견서를 요청한 경우는 경찰이 2건, 검찰은 1건뿐이었다”면서 “법원은 단 한 번도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이 조사 단계에서 전문 단체의 상담을 거치기 때문에 판사가 따로 전문 단체의 의견을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김 씨가 2004년 경기 포천시 여중생 살해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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