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해외 명문대 진학많은 인천과학高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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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의 인천과학고(교장 조규호) 3학년 이민주(18) 군은 500여 명이 치른 일본 문부성 주관의 국비 장학생 선발시험에서 6위를 차지했다.

일본 최고 명문대에 진학할 자격이 주어진 이 군은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배출한 교토대에 입학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유학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제주도 등 각지에서 채집한 곤충 수십 종을 기르면서 세심히 관찰해 왔다.

이 군은 “곤충 관련 저자의 경력을 보면 일본에서 유학했던 학자가 많고 일본어로 된 곤충 학명이 많아 일본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며 “곤충 생태를 열심히 공부해 환경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천과학고는 1994년 개교 이래 이 군처럼 해외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을 올해 가장 많이 배출했다.

5명이 대통령 해외장학생과 삼성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프린스턴대, 코넬대, 존스 홉킨스대, 콜럼비아대에 진학했다. 해마다 이 학교 졸업생의 30∼40%가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입학한다.

유명대 합격자가 많은 이유는 섬 지역의 독특성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서는 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 학기 중에는 주말을 이용해 2주에 한번 꼴로 집에 가는 것을 제외하곤 학교와 기숙사를 거의 떠날 수 없다.

학생들은 매일 오전 6시 반 기숙사 앞에서 모여 30분 간 아침 산보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수업은 교사의 주입식 교육보다는 주로 학생끼리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1학년 2학기∼2학년 1학기 사이에 4, 5명씩 한 조를 이뤄 공동 연구를 해서 논문으로 발표하도록 하는 ‘과제연구 과목’이 대표적.

이들 논문은 학교에서 매년 발간하는 ‘창조지’를 통해 소개된다. 그동안 발표된 논문 중에는 ‘고구마 잎의 광합성 효율과 잎 접힘 현상과의 관계 연구’ ‘유체(액체)의 열 진동과 탄성 주기의 물리적 요인에 관한 연구’ 등 수준작이 많다.

과외공부를 일절 하지 않고 학교수업과 자율학습에 의지하는 학생들은 올림피아드 등 과학경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면학 분위기는 ‘미국 하버드대의 공부 벌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도서관의 운영시간은 오후 11시 반까지 였으나, 최근 학생들의 요구로 밤 12시까지 연장됐다.

한 방에 2, 3명씩 배정된 기숙사에서는 새벽 1시 이후에 불을 켤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 불빛 아래서 밤샘 공부하는 학생이 많아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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