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님, 이 오른쪽 다리가 베트남전에서 잘린 다리예요.”(고재덕 씨·58)
한나라당 박 대표가 ‘5·18민주화운동 25주년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찾은 18일 호남지역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이 그에게 몰려들어 하소연을 쏟아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지를 참배한 직후 묘지를 나오다 소복을 입은 50대 안팎의 여성 대여섯 명과 마주쳤다. 이들은 “5·18 때 가족을 잃었다”, “너무 억울하고 힘들다”며 박 대표의 손을 잡고 연방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박 대표가 찾은 광주보훈병원 로비에서는 환자와 가족 등 300여 명이 그를 에워쌌다. 병실의 환자들은 환자복을 들춰내 환부를 드러내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환자 20여 명의 손을 잡고 사연을 들은 박 대표는 이날 평소와는 다르게 화난 모습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인데 당연히 국가가 보상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국가유공자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고 몇 차례나 되뇌었다. 박 대표와 동행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고 육영수(陸英修) 여사를 닮은 박 대표 특유의 모성(母性) 이미지가 고통 받고 외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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