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등교 학력평가 부활…성적표에 4~5단계 평가

  • 입력 2005년 1월 31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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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부터 서울시의 초등학교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학력평가가 8년 만에 부활하고 성적표도 ‘서술형 평가’에서 성적의 우열이 드러나는 ‘단계별 평가’로 바뀐다.

중고교 내신에서 서술형 주관식 평가 문제의 비중이 올해 30%에서 연차적으로 2007년까지 50%로 크게 늘어난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孔貞澤)은 31일 초중고교생들의 학력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서울학생 학력신장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학력신장 방안에 따르면 지역교육청이 초등학교 1∼6학년 전 과목에 걸쳐 예시 문항을 개발해 ‘문제은행’에 올리면 초등학교들은 이를 토대로 자율적으로 시험 출제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것.

그러나 평가 대상 학년이나 시기, 평가 방법 등은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등수를 매기는 서열화는 계속 금지된다.

이에 따라 인성교육을 강조한 유인종(劉仁鍾) 전임 교육감이 1997년 3월 ‘새물결운동’을 발표하면서 학년별 학교별로 일제히 보던 학력평가를 금지해 온 정책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의 성적표도 현행 ‘서술형 평가’ 대신 과목별 영역별로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 필요’ 등처럼 4, 5단계로 평가해 학부모가 자녀의 학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성적표 예시안을 마련하겠다”며 “일선 학교들은 이를 토대로 자율적으로 선택하거나 재구성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고교에서는 사고력과 창의력 개발을 위해 객관식 지필고사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서술형 주관식 문제를 늘리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단답형을 제외한 서술형 주관식 문항의 비율을 점차 늘리겠다”며 “올해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5개 과목에 한해 전체 내신 성적의 30% 이상, 2006년엔 40%, 2007년엔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교육청 주관으로 중학교 3학년에 한해 3월 초 실시하는 학력진단평가를 올해부터 중학교 1학년에게도 실시해 일정 수준에 미달한 학습부진 학생의 지도에 활용하기로 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를 다시 볼 경우 관찰, 보고서 작성 등 활동 중심의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지식 중심으로 평가하면 문제집을 공부하거나 학원 수강 등 사교육 증가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초등교부터 私교육 더 부추길 우려”

서울시교육청의 ‘학력신장방안’은 초중고교 평가 방식의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서술형 평가 확대는 교사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서술형 평가 확대의 방향은 맞지만 현실성이 부족하고 교원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자율이란 명분으로 일선 학교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교육청 성적관리지침에 따르면 서술형 평가 문항은 객관성을 위해 2명의 교사가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 양재고 황용련(黃鏞練) 교무부장은 “사고력과 표현력 향상을 위해 서술형 문제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서술형 평가가 50%로 늘어날 경우 교사 업무 부담이 과중해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최근 담임교사의 답안지 대리 작성 사건에서 보듯 학교의 내신관리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고 2008학년도 대입부터 내신 반영 비중이 커져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중3 자녀를 둔 박혜숙 씨(44·여)는 “서술형을 늘리면 평가 교사에 따라 점수가 달라져 걱정스럽다”며 “성적 시비가 없게 차라리 맞고 틀리는 단순한 선택형 문제가 더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정기고사 부활과 성적표 통지방법 개선, 중학교 1학년의 진단고사 등이 본격 시행되면 학부모들은 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평가’를 중심으로 한 학력신장방안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왜곡, 사교육의 과열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학습부진학생 담임교사 책임지도제 △사이버가정학습 △수준별 이동수업 내실화 등을 통해 공교육에서 학력신장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동국대 박부권(朴富權·교육학과) 교수는 “현재는 공식적으로는 학업을 중시하지 않으면서 사적으로는 모두 점수 1점에 매달리는 기형적 상황”이라며 “이미 사교육을 시키고 있어 더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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