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시어머니 봉양하려다… 다슬기 잡던 50대 며느리 익사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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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위 속에서 93세의 시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던 50대 며느리가 물에 빠져 숨졌다.

12일 오전 11시 반경 광주 광산구 임곡교 밑에서 강모 씨(56·전북 정읍시)가 물에 빠져 숨져 있는 것을 같은 마을에 사는 신모 씨(50·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강 씨는 이날 일당 2만5000원을 받고 동네 주민 6명과 함께 다슬기를 잡기 위해 마을에서 승합차를 타고 이곳에 왔다.

강 씨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1남 3녀의 자녀들을 다른 지역으로 떠나보낸 뒤 시어머니를 홀로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왼쪽 다리에 심한 관절염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 강 씨는 5년 전부터 농한기인 겨울철이면 다슬기가 많이 나는 섬진강이나 영산강 등을 찾았다.

마을 주민 김모 씨(56·여)는 “강 씨가 농사일도 없으니 다슬기를 잡아 시어머니 반찬거리라도 사야겠다고 말했다”면서 “지금껏 시어머니 말을 거스른 적이 없는 소문난 효부”라고 말했다.

강 씨의 큰딸(32)은 “어머니는 끼니 때마다 할머니께 찬밥 한 번 올리지 않을 정도로 극진히 모셨다”면서 “자식들이 용돈을 보내면 모아 뒀다가 할머니가 좋아하는 담배나 두유를 사 드렸다”고 울먹였다.

한편 경찰은 강 씨가 빠진 곳의 수심이 1m도 되지 않는 점으로 미뤄 강 씨가 다슬기를 잡다 미끄러져 심장마비를 일으켰거나 불편한 다리 때문에 곧바로 일어서지 못해 익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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