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야생조수 농작물 피해 보상 추진

  • 입력 2004년 9월 16일 21시 34분


멧돼지 등 야생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크게 늘면서 경북지역 자치단체와 시·군의회 등이 해당 농민들에게 피해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적극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6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야생조수 피해를 본 농민들이 관할 시·군에 신청해 현장조사를 거쳐 이뤄진 유해조수 포획허가는 총 1100여건으로 이미 지난해 1년간 포획허가건수(686건)보다 60%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야생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급증한 것은 도내 전체의 야생조수 밀도를 조절할 수 있었던 순환수렵장 운영방식이 2002년부터 시·군별 수렵장 운영체제로 바뀐 데다 올 들어 무더운 날씨가 계속돼 야생조수의 개체 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생조수 피해 심각=경북도내에서는 울릉군을 제외한 22개 시·군 모두가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내줄 정도로 농작물 피해가 만연된 상태다.

대부분의 밭작물이 산과 인접한 곳에 위치한 군위지역의 경우 멧돼지와 고라니, 까치 등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몰해 사과, 배, 참깨, 고추, 고구마 등을 닥치는 대로 먹거나 파헤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민 박모씨(56)는 “잦은 비와 강풍 등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농작물을 잘 가꾸어 왔는데 짐승들 때문에 1년 농사를 망칠 지경”이라며 “특히 멧돼지는 민가까지 내려오고 있으나 난폭해 접근할 수도 없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또 영주시는 야생조수 피해가 심하다는 농민들의 호소가 계속되자 최근 풍기읍과 평은면, 안정면, 단산면 등의 일부 지역을 ‘유해조수 포획 가능지역’으로 공고하고 엽사 8명을 동원해 멧돼지와 고라니 등을 포획키로 했다.

▽대책 마련 움직임=상주시의회는 야생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줄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연구 및 자료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상주시의회 배원섭(裵源燮·46) 의원은 “피해조사를 통해 적정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11월부터 열리는 본회의에 조례 제정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영양군의회는 15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유해조수 피해농가에 실질적인 보상을 해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한 뒤 청와대와 국회 농림부 등에 발송했다.

영양군의회 이병철(李秉澈·55) 의원은 “자치단체 예산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야생조수에 의한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려면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북도는 야생조수에 의한 농작물 피해보상 규정이 포함된 ‘야생 동식물 보호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 이후에는 각 시·군이 관련 조례를 손쉽게 제정하거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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