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피해 민사소송없이 배상…범죄피해자 보호법안 마련

  • 입력 2004년 9월 2일 18시 48분


《형사소송 절차에서 ‘잊혀진 존재’로 취급받던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고 도와주기 위한 대책이 마련된다.

법무부는 2일 범죄 피해자의 원상회복 지원을 위한 ‘형사재판상 화해제도’ 도입, 범죄 피해자의 사법절차 참여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범죄피해자기본법’을 제정해 피해자가 원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수사, 재판, 형 집행 상황은 물론 가해자의 출소 후 주소까지도 일일이 통보하고 재판 과정에서의 피해자 진술권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또 이르면 올해 말부터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합의가 이뤄질 경우 형사재판에서 확정 판결이 난 뒤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피해자가 곧바로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

▽배경=형사사법 절차는 그동안 국가 권력으로부터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왔으며 범죄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김승규(金昇圭) 법무장관이 이날 대책을 직접 발표하면서 “피해자는 범죄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지 못하고 연락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이 종결되고 범죄인이 석방되는 실정”이라며 “때늦은 감이 있지만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이해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피해자 원상회복=법무부가 중점을 둔 부분은 피해자의 시급한 원상회복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책은 ‘형사재판상 화해제도’. 형사재판이 진행 중 피고인(가해자)과 피해자간에 합의가 이뤄질 경우 형사재판 이후 별도의 민사소송을 내는 번거로움 없이 피해자가 곧바로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피해자들은 형사재판에서 가해자의 책임이 인정돼도 또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 배상을 받아야 했다.

가해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가족이나 친척 등을 보증인으로 세울 수 있고, 피해자는 이 보증인에 대해서도 별도 소송 없이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된다.

피해자구조기금도 대폭 확충해 구조금 지급을 현실화하기로 했다.

▽피해자의 사법절차 참여 확대=범죄 피해자들이 현행 형사소송에서 하는 역할은 수사기관에 불려가 증인이나 참고인 신문을 받는 게 거의 전부였다. 헌법에는 피해자가 재판과정에서 진술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유명무실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피해자들이 재판과정에서도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고, 그 같은 권리를 당사자에게 ‘미란다 원칙’처럼 반드시 사전에 알려주도록 하는 규정까지 만들겠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법무부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 앞으로는 판결 내용, 형 집행 상황, 석방 여부 등과 함께 출소 후 주소까지 알려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2차 피해 방지=그동안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범죄 피해자는 증인 참고인 등으로 신문을 받으면서 인격권이나 사생활 침해와 같은 ‘2차 피해’를 당하기 일쑤였다. 일선 수사기관에서는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피의자)와 나란히 조사를 받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를 막기 위해 법무부는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 피해자에 대해 가족과 변호사 등을 동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증언이나 신문을 비디오를 통해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특히 피해자가 증언을 위해 법정에 나올 때 별도 대기실을 마련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판도 현재 극히 제한적으로 비공개가 인정됐으나 비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법무부 범죄 피해자 보호 및 지원대책
주요 항목세부 대책비고
종합 대책-범죄피해자기본법 제정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설립
-법률구조공단 지원 업무 강화
-관련 법규 일제 정비
-민간법인 형태, 정부 지원
-배상명령신청 대행 등 업무 수행
피해자의 사법참여 확대-피해자 진술권 강화
-수사, 재판, 형 집행 등 정보 통지 확대
-검찰청 피해자 지원과 신설
-피해자 권리 고지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해자 진술권 배제 사유 대폭 축소
-피해자상담, 정보 통지, 기록 열람 등 지원
-미란다 원칙에 준하는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권리 고지
2차 피해 예방 대책-피해자를 상대로 참고인 신문과 증인 신문을 할 때 보호 강화하는 등 피해자 신변안전 조치 확대
-피해자 보호 위한 비공개 재판 실시
-피해자 신문시 변호인, 가족 등 동반 허용. 비디오 신문 도입
원상 회복 방안-형사재판상 화해 제도 도입
-피해자구조기금 설립
-배상명령제 활성화
-별도 민사소송 없이 손해배상 가능
시행 시기-기본법 제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것은 올해 안에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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