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색출” 학생 지문채취 학원장 이례적 기소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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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잘못을 가린다는 취지로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지문채취 행위가 이례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받게 됐다.

의정부지검 형사2부(이재순·李在淳 부장검사)는 절도범을 찾겠다며 학원생 5명에게 지문을 찍도록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경기 구리시 모 학원장 최모씨(33)를 의정부지법에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11월 말 자신의 학원에서 10만원이 든 자신의 지갑과 70여만원이 든 수학담당 여교사의 핸드백이 분실되자 이날 오후 박모군(13·초등 6년) 등 5명을 불러 청색 스탬프를 이용해 백지에 이들의 열손가락 지문을 찍도록 한 혐의다.

최씨는 이어 같은 날 오후 11시40분경 박군의 어머니(37)에게 전화를 걸어 “도난품에서 아들의 지문이 나왔다”며 경찰에 넘기기 전에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박군 가족은 ‘최씨가 범인을 찾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채취한 지문을 넘기겠다고 하는 등 미성년자인 어린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줘 공부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씨를 고소했다.

이재순 부장은 “수사기관에서도 지문은 중요한 개인신상정보라고 판단해 법률적 근거에 의해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모욕감을 주고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지문 채취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4월과 5월에도 대구와 경기 의정부시의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지갑을 훔친 학생을 찾는다며 학생들에게 지문을 찍도록 강요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의정부=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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