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호 사장, 김선일씨 유족 못 만나

  • 입력 2004년 7월 1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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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벽에 왜 찾아왔습니까"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42)은 1일 오전 2시40분경 부산 동구 범일6동 김선일씨의 본가에 도착해 유족들과 만남을 시도했다.

당시 김씨 본가에는 유족대표 장진국씨(38)와 누나 등이 모여 있었으나 김씨 부모는 김 사장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자리를 피한 상태였다.

김씨는 집 앞에서 서 너 차례 "아버님"이라고 불렀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장씨는 15분쯤 지나자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나라가 선일이를 죽였을 때도, 유족을 죽였을 때도 우리는 조용히 있었는데 꼭 이 늦은 시간에 찾아와야 했습니까"라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응답했다.

장씨는 이어 "어제도 늦은 시간에 통화했지 않습니까. 그동안 많은 통화를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해 김 사장이 이라크에 있는 동안에도 유족 측과 직접 접촉한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김 사장은 유족들과 만나지 못하고 15분만에 발길을 되돌려 김씨의 묘소로 향했다.

오전 3시반경 부산 영락공원에 안장된 김씨의 묘소에 도착한 김 사장은 3분 동안 기도를 한 뒤 차에 올라 서울로 향했다.

김 사장은 취재진에게 "동생 같았던 김선일씨가 불행한 일을 당해 가슴이 아프다. 가족과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 사장 일행은 BMW 735Li(1억400만원) 2대와 오피러스 1대에 나눠 타고 왔으며 경호원 10명은 승합차 2대를 타고 뒤를 따랐다.

김 사장이 탄 BMW 승용차는 1일 오후 6시50분경 인천공항을 출발한 뒤 시속 200km가 넘는 속도로 달아나며 뒤따르는 국가정보원 직원들과 취재진을 따돌렸다.

그러나 경부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들렀다가 위치가 파악돼 부산까지는 추격하던 차량들과 동행해서 내려왔다.

BMW 승용차 2대는 렌트카 업체의 소유로 밝혀졌으며 경호업체에서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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