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중동 진출업체 대부분 ‘신변안전 보험’ 미가입

  • 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40분


미군 군납업체인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이라크 저항세력에 피랍돼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지역 진출 업체들이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이들은 정부가 추가 파병을 공식 발표한 지 3일 만에 납치사건이 터지자 “향후 사태는 예측 불능”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8일 현재 이라크에 있는 한국인은 기업 주재원과 공무원,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취재진 등을 합쳐 모두 67명.

이라크에는 가나무역 현대건설 등 20개 회사 직원 34명이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신변 안전을 이유로 정확한 회사별 인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KOTRA는 21일 오전 긴급 간부회의를 갖고 바그다드무역관에 파견된 직원 2명에게 긴급공문을 보내 24시간 비상연락체제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

건설업체 중에서는 현대건설이 유일하게 재건공사와 관련해 직원 1명을 이라크에 상주시키고 있다.

현대건설은 2월 말 이라크에서 재건공사를 수주한 뒤 5명의 직원을 파견했지만 과장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공사 방법을 협의하기 위해 14일 귀국한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지와 매일 연락을 취하면서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에 지사를 운영 중인 다른 건설업체들도 반한(反韓) 감정이 번질 것에 대비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공사현장에 20여명의 인력을 파견한 현대중공업은 공사현장에 외부인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고 비상상태에 대비해 이송시스템도 마련했다.

이라크 현지인을 활용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도 주변 중동지역 상주 직원의 안전대책을 재점검하고 있다.

LG전자는 ‘1인 지사장’ 체제로 3월 바그다드 지사를 세웠다가 치안 상황이 나빠지자 지난달 지사장을 요르단 암만으로 철수시켰다.

지난달 이라크 대리점을 개설한 현대자동차는 두바이 지사에 파견된 본사 직원의 이라크 출장을 금지시킨데 이어 현지 업무는 이라크 대리점에 고용된 현지인을 통해 처리하게 했다.

삼성전자는 400여개의 상점 간판, 60여개의 거리 간판 등을 설치해 이라크인에게 ‘삼성’ 브랜드를 알리고 있지만 최근 일부 간판이 훼손당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전쟁 위험지역에서 죽거나 다쳤을 경우 보험금을 주는 ‘전쟁위험지역 신변안전보험’을 모 보험회사가 개발해 지난달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가입을 유도하고 있으나 실적이 별로 없는 상태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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