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승격 7년 진단]<上>여전히 미흡한 광역시 구조

  • 입력 2004년 6월 14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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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5일이면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1997년 7월 15일)한 지 8년째가 된다. 울산시는 외형적으로는 광역시 면모를 어느 정도 갖췄지만 내실은 아직 미흡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울산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과제, 비전을 3회로 나눠 짚어본다.》

‘경남 울산시 남구 신정2동…’ 이달 초 울산시청 한 과(課)에 이런 주소로 충북에서 보낸 편지가 한통 배달됐다.

편지를 받은 공무원은 “울산시가 광역시로 승격된 지 8년째로 접어드는데 아직도 경남도에 소속된 기초자치단체인 줄 아는 외지인들이 많으니…”라며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외지인들만 이렇게 생각할까.

광역시 승격과 함께 울산에는 지방경찰청이 신설되고, 법원과 검찰이 지법과 지검으로 승격되는 등 22개 기관이 신설 또는 승격됐다.

울산시청 공무원 수는 광역시 승격 당시 3506명에서 지금은 4817명으로 37.4%, 예산은 1997년 3743억원에서 올해 1조8101억원으로 무려 380% 증가했다.

이처럼 겉으로는 광역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으나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경남 울산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시민들은 울산이 광역시치고는 대학교가 너무 적어 소외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현재 울산에 있는 대학 수(4년제 1개, 2년제 3개)는 광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다. 전국 평균으로 볼 때 4년제 대학은 인구 24만명당 1개씩 있다. 따라서 인구로 보면 울산(인구 105만명)은 전국 평균의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이 때문에 대학 진학 희망자의 약 60%(7000명)는 다른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연간 학비 추가 부담액이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올해 초 10년 숙원사업인 ‘울산 국립대 설립’을 약속했지만 시민들은 “다른 지역의 국립대는 통폐합하면서 울산에만 국립대를 신설할 수 있겠느냐”며 반신반의하고 있다.

의료기관도 여전히 부족하다. 전국에 공공병원이 146개(3만5705병상) 있지만 울산에는 단 한개도 없다. 병상 1개당 인구수도 울산은 776명으로 전국 평균(155명)보다 5배나 많다. 올해 들어 정부가 2008년까지 울산에 900여억원을 들여 300병상 규모의 국립종합병원을 짓기로 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또 신라문화권에 속했던 울산에는 경주 못지않게 많은 문화재가 출토(2만2000여점)됐지만 시립박물관이 없어 이들 문화재가 전국 16개 대학 박물관 등에서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시민과 학생들이 울산의 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고영삼(高永三) 실장은 “울산은 아직 광역시 승격 역사가 짧기 때문에 도시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다”며 “울산도 이제부터는 도시의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도 골고루 갖춰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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