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시장 보선 집안싸움 번지나

  • 입력 2004년 4월 29일 19시 06분


6월 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청이 뒤숭숭하다.

부산시장 권한대행인 오거돈(吳巨敦·56) 행정부시장이 출마를 예고한 가운데 허남식(許南植·55) 정무부시장이 28일 한나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자 시청 내부는 물론 시민들조차 ‘집안싸움’을 걱정하고 있다.

행정고시 14회인 오 권한대행과 19회인 허 부시장은 부산시정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 시정을 이끌 적임자로 꼽혀온 인물.

공식적으로는 오 권한대행이 먼저 출마의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부산시정 발전을 위해 여러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시장 출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주변에서는 그의 ‘힘 있는 시장론’을 두고 열린우리당 쪽으로 결심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권한대행은 후보자등록일인 다음달 21일 전까지 시정을 수행한 뒤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허 부시장은 운수업체와 관련된 공무원의 뇌물수수사건인 ‘동성게이트’에 연루돼 검찰에 불려 갈 때까지만 해도 출마에 뜻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자 이제 공직자로서 자신의 거취를 정리해야 할 때라고 판단해 출마를 전격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두 부시장은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시청의 조직과 업무를 꿰뚫고 있는 것만큼 내외부에서는 벌써부터 줄서기와 편 가르기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시의 한 간부는 “가장 최악의 사태로 우려한 케이스가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며 “ 조만간 오 권한대행이 사퇴할 경우 기획관리실장이 시장권한대행을 할 수도 있는 초유의 상황이 예상된다”며 시정 차질을 우려했다.

공무원노조 부산시지부 홈페이지에는 28일부터 ‘두 부시장은 단일후보로 나서야’, ‘부산시 공무원 두 쪽으로’, ‘동성게이트 연루자 시장출마 부산시공무원 두 번 죽이는 꼴’ 등 우려와 걱정, 비난성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시 산하 공사 및 공단 간부와 퇴직 공무원이 이미 특정 부시장 밀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시청은 물론 시 관련 기관까지 어수선한 분위기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