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맛 ’곰장어’ &’갈치’

  • 입력 2004년 4월 21일 19시 18분


자갈치시장의 명물 맛집인 곰장어골목 8호 김해집의 연탄불 곰장어구이. 조성하기자
자갈치시장의 명물 맛집인 곰장어골목 8호 김해집의 연탄불 곰장어구이. 조성하기자
▼철판위의 곰장어 꿈틀 ‘못 잊어’▼

자갈치시장. 남포동 광복동의 네온사인 번쩍거림을 비켜 길 하나 건너면 바로 바다요 포구요 선창인 이 곳. 자갈치 ‘아지매’의 투박한 ‘갱상도’ 말씨만큼이나 억세 디 억센 삶의 흔적이 시장바닥의 진창처럼 역사에 흥건한 이곳은 그래서 부산의 얼굴이요 상징이다.

한참 오래전. 선창가에서 연탄불 주위에 둘러앉아 철판에 구워먹던 곰장어 기억하시는 분. 지금은 서너 평 공간에 작지만 수족관까지 갖추고 탁자에서 구워 먹는 노점형 식당 23곳이 일렬로 들어선 곰장어 거리(주차장 뒤 바다 쪽)로 변했다. 그래도 연탄불만은 그대로다. 맛이나 위생 모두 예전보다 나아졌다.

그 중 ‘8호 김해집’을 찾았다. 30년 전 ‘자갈치 곰장어 좌판’시대를 연 개척자 김옥자씨(59)의 식당이다. “1인분에 150원하던 때 시작한기 인자는 1만원이나 하네예.” 남편 여읜 뒤 사형제를 홀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이 자갈치의 곰장어 구이였단다. 그런 덕일까. 세 며느리는 시어미니를 도와 하루 3교대로 식당에 나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라는 곰장어 식당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수족관에서 꺼낸 펄펄 산 놈을 잡아 화학조미료 설탕 간장 소금을 일체 쓰지 않고 고추장과 마늘 물엿으로만 양념해 초벌구이 후 식탁의 불판에 내는 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택배주문도 받는다. 051-253-2857

▼갈치구이에 미역쌈밥 ‘또 찾다’▼

멸치 갈치 미역으로 유명한 기장의 시장통에 있는 갈치요리 식당 ‘못난이 식당’의 갈치구이. 조성하기자

부산광역시 기장군에는 명물이 많다. 기장 미역, 기장 갈치, 기장 멸치 등등. 그 모든 것이 대변항에서 난다. 하나 더 든다면 읍내 시장에 있는 갈치전문 ‘못난이식당’(동부리)이다. 점심시간에만 손님을 2백 명이나 치른다는 이 시장 통 식당에서 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갈치뿐. 맛갈지게 음식 내는 주인 송송자씨(47)의 손맛 덕분이다.

갈치는 구이와 찌개로 내는데 철 맞으면 회로도 낸다. 하루 소비량만 7, 8상자. 한 상자(10kg)에 스무 마리씩이니 140∼160마리나 된다. 오븐에 굽고 뚝배기로 끓여내려면 조리시간도 걸릴 텐도 기다림은 길지 않다. 보통 5분 안에 낸다. 그렇다고 미리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주인과 종업원의 단단한 팀워크 덕분이다.

상차림을 보자. 역시 부산이다. 빠득빠득 싱싱한 생 다시마와 물미역에 온갖 봄 푸성귀가 광주리에 가득 담겨 나온다. 여기에 매운 풋고추 썰어 넣은 멸치젓갈(통 멸치와 액 두 종류)과 전어 젓갈이 곁들여진다. 젓갈 올려 쌈밥 해서 들라는 차림이다.

두 사람이 가면 구이와 찌개를 섞어 주문한다. 입에서 살살 녹는 구이 먼저 발라 먹고 밥은 쌈밥해서 찌개와 함께 먹는다. 찌개도 호박 넣고 고춧가루 듬뿍 쳐 칼칼한 맛이 도는 순 부산식이다. 철따라 제주도와 거문도 갈치(11∼5월), 기장갈치(8∼1월)를 쓰는데 갈치 회만큼은 기장갈치를 제일로 친다. 새벽에 잡아온 놈을 뼈 발라 채 친 뒤 막걸리에 씻어 숙성시켰다가 그날 저녁상에 낸다. 멸치 회는 지금(4, 5월)이 제철. 찌개 1만2000원, 구이 1만5000원. 연중무휴, 오전 11시∼오후 8시. 051-722-2527부산=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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