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사망 남의일 아니다”…"전국 농장 혈청검사 해야"

  • 입력 2004년 1월 3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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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에 대한 안이한 대처는 국민 모두를 위험하게 하는 일입니다.”

조류독감 전문가인 충남대 서상희(徐相熙·39·수의학과·사진) 교수는 30일 “동남아의 조류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남아의 조류독감은 인체독감 및 조류독감 바이러스 수용체를 동시에 가진 닭에게서 많이 발생해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이동 제한과 도살처분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전국의 가금류 농장을 대상으로 혈청검사를 실시해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져있는지 확인한 뒤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한 뒤 특정 국가가 이에 대한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생산능력이 자국민에게만 공급할 수 있는 규모여서 다른 나라에 백신을 공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경우도 확산되기 전까지 걸릴 것으로 보이는 6개월 동안 모든 시설을 가동하더라도 8000만∼1억명분의 백신밖에 만들 수 없어 자국민 구하기에 바쁠 것”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을 개발해도 우리나라 몫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정부 요인용 전염병 항체를 대량 확보하는 등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이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전염병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명확히 갈라놓을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미국은 독감 바이러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웹스터 박사 등을 1998년부터 조류독감이 발생한 홍콩에 연간 4∼5개월씩 상주시키며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1997년 홍콩에서 조류독감이 처음 발생했으며 요즘 역사상 보기 드물게도 병원성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올해 말경 인체에 감염되는 변종 바이러스 출현을 점치는 전문가가 많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전염병은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1∼2년 만에 발생했으며 대규모 전염병 발병주기(30년)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은사인 웹스터 박사 등과 세계에서 처음으로 홍콩 조류독감이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원인을 규명해 2002년 9월 이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에 논문을 발표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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