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만영/우리말 색이름 쉽고 정확해요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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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에 관한 일차적 의사소통 수단은 색 이름이다. 색채를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간편한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로 색채를 표현하면 부정확해 의사소통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표현이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간편하면서도 정확하게 색채를 표현할 수 있을까.

색채를 표현할 때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색 이름이 있다. 우리말의 경우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보라 갈색 분홍 등이 그것들이다. 이 기본색 이름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하고 그 색 이름에서 사람들이 떠올리는 색감이 동일하다.

‘빨강’이나 ‘노랑’이 무슨 색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주황색’에서 빨강과 노랑 중간색의 색감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갈색’의 색감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노랑’이나 ‘주황색’의 느낌을 조금 주는 색감이다. 그리고 노랑과 갈색의 중간색을 보면 ‘노란 갈색’이나 ‘황갈색’이라는 색 이름이 쉽게 생각난다. 이와 같이 기본색 이름은 서로 결합돼 중간색을 쉽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여기에 색채를 수식하는 형용사와 부사를 덧붙여 색채를 더욱 세분해 표현할 수 있다. ‘어두운 회갈색’ ‘선명한 파랑’ ‘아주 진한 자주’ 등이 그 예다. 이렇게 표현하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색채들을 250∼280가지로 세분할 수 있다.

이러한 색채 표현 체계는 기본색 이름을 중심으로 계통 체계적으로 색채를 분류해 표현하기 때문에 계통색 이름 체계로 불린다. 계통색 이름 체계가 잘 구성되면 색채에 대한 의사소통이 정확하고 간편해진다. 이번에 기술표준원이 공시한 물체색의 계통색 이름 체계 표준안은 객관적 조사를 통해 색채 표현의 정확성과 간편성이 확인된 체계다. 이 체계는 15개의 기본색 이름과 7개의 형용사와 1개의 부사를 사용해 우리말의 어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색채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몇 가지 규칙만 알고 나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한 사람이 구사할 수 있는 색 이름의 수는 50개 미만이며, 100개 이상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런 사실에 견주어 보면 계통색 이름 체계로 250개 이상의 색채를 쉬운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의 의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표준 계통색 이름 체계가 널리 보급되면 색채 표현 현장에서의 혼란을 크게 줄여 줄 것이다. 색채 이름과 관련해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상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외국어 색 이름의 범람과 남용 실태가 그 단적인 예다. 산업현장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생소한 외국어 색 이름이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말 색 이름을 사용하면 색채를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서구문화에 대한 사대주의적 편향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올바른 우리말 계통색 이름 체계를 갖지 못했다는 사실도 혼란을 부추긴 요인이다.

이제 우리도 제대로 된 표준 계통색 이름 체계를 갖게 됐다. 교육현장과 산업현장에서 이 체계를 적극 도입해 하루빨리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의 색채 기술, 색채 디자인, 색채 문화의 창달 시기가 훌쩍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만영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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