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해씨 영결식, 농민-경찰 충돌 10여명 다쳐

  • 입력 2003년 9월 21일 18시 31분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상에 반대해 자결한 이경해씨의 영결식이 열린 20일 농민 대표들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행사를 마친 뒤 고인의 영정을 들고 거리 행진에 나서고 있다. -김미옥기자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상에 반대해 자결한 이경해씨의 영결식이 열린 20일 농민 대표들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행사를 마친 뒤 고인의 영정을 들고 거리 행진에 나서고 있다. -김미옥기자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농업협상에 반대해 자결한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련) 회장 이경해(李京海)씨의 영결식이 20일 오전 10시 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다.

영결식에서 서정의 한농련 회장은 “전 세계 농민과 약자들을 옭죄는 세계화에 맞서 몸을 던진 열사의 뜻을 기억하고 그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결식에는 농민 3000여명과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농민들은 영결식이 끝난 후 오전 11시40분경 “정부가 농민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씨의 유해를 싣고 청와대로 진출하겠다”며 운구차를 앞세워 행진하려다 송파구청 앞 올림픽로에서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농민들은 화단에 있던 돌과 보도블록 등을 집어던지고 만장을 매단 대나무 등을 휘두르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차량 40여대와 2200여명의 전·의경을 동원해 올림픽로 양방향을 차단한 채 이들을 저지했다.

운구차는 오후 3시20분경 장지인 전북 장수군으로 떠났으나 일부 농민과 한총련 대학생 300여명은 그대로 남아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시위로 경찰과 농민 10여명이 부상했으며, 잠실역 사거리와 올림픽공원 삼거리 일대 퇴근길 교통이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이씨의 유해는 이날 오후 9시경 고향인 전북 장수군 장수읍 두산리에 안장됐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장수=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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