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쟁점/'계양산 중계소' 설치 수개월째 난항

  • 입력 2003년 9월 1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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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차단은 시청자의 선택권을 가로막는 처사다. 시청자가 한 프로라도 더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민영방송을 허가할 때 방송권역을 지정했다. 전파 월경(越境)에 대한 방지 방안이 검증돼야 중계소 설치를 허가할 수 있다.”

경인방송(iTV)과 방송위원회가 계양산 디지털방송 중계소 설치를 둘러싸고 수개월째 마찰을 빚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16일 정례 회의에서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다음 회의로 미루자 경인방송은 특정 방송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예총 인천지회, 인천여성민우회, 새얼문화재단 등 인천지역 21개 시민단체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디지털TV 시청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인천지역에서 시청 주권이 유린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인방송의 송신소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곳에 설치돼 인천 시민이 iTV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인방송의 사업 추진=1997년 개국한 경인방송은 해발 95m인 수봉산(인천 남구)에 송신소를 설치해 아날로그 방송을 하고 있다.

경인방송은 당초 수봉산보다 높은 계양구 계양산과 부평구 만월산에 송신소를 세우려 했으나 공보처가 반대했다. 이로 인해 인천지역 50% 이상이 난시청 지역에 속해 케이블방송을 통해 경인방송을 시청하는 가구가 많다.

경인방송은 “기존 방송사의 견제로 인해 경인지역 시청자에게 최상의 방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방송을 위한 중계소를 KBS MBC SBS 등 방송 3사처럼 서울 관악산에 설치하려 했으나 무산됐다”고 밝혔다.

방송위원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경인방송은 7월 계양산(해발 380m)으로 중계소 설치 장소를 바꿨다.

경인방송은 이와 함께 케이블방송을 통해 자사 프로그램을 전국에 방영할 수 있는 ‘지상파 권역 외 재전송’을 허용해줄 것을 방송위원회에 요청하고 있다.

▽방송위원회 입장=방송위원회 양한열 지상파방송부장은 “경인방송의 방송권역은 당초 인천이었지만 경기 남부지역까지 확대됐다”며 “지역 민방의 방송권역을 일정 범위로 묶어놓은 현행 정책이 변경되지 않는 한 경인방송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는 계양산 일대에서 서울 지역으로의 전파 송출이 차단되는지를 철저히 검증한 뒤 중계소 설치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방송위원회는 지상파 권역 외 재전송 문제와 관련해 “경인방송 뿐만 아니라 부산과 마산 등 다른 지역 민방들도 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정책을 판단한 뒤 심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방송과 통신, 컴퓨터가 결합된 신개념 매체로 고화질, 고음질, 양방향 서비스 등이 특징이다. 아날로그방송과 달리 하나의 전파에 복수의 영상과 음악, 정보를 내보내게 된다. 시청자는 TV를 보다 실시간으로 퀴즈 응답, 설문 조사 등에 참여할 수도 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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