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석차 공개' 판결 파장]내년 大入전형 혼란 가능성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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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학년도 모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일 고교 3학년생과 졸업생 등 수험생을 대상으로 전국 고교와 학원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시험을 치르고 있다. -박주일기자
2004학년도 모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일 고교 3학년생과 졸업생 등 수험생을 대상으로 전국 고교와 학원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시험을 치르고 있다. -박주일기자
서울행정법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인별 석차 공개 판결은 ‘대학 서열화 방지’, ‘점수 위주의 대학입시 지양’이라는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취지를 위해 행정편의적인 발상으로 수험생의 혼란을 초래한 교육 정책에 일침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며 항소할 뜻을 밝혀 상급심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수험생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입시에 영향이 있나=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항소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법원이 올 수능 시험 이전에 이 판결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 한 현행 제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판결을 얼마나 빨리하느냐는 법원의 의지에 달려있지만 일반적으로 항소심에서 몇 달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12월 2일 수능시험 성적 통지일까지 상급심 판결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04학년도 대학입시의 전형방법 등이 이미 확정돼 고지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들이 수능 성적표가 바뀐다고 해도 전형방식을 바꿀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태제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이미 대학별로 전형계획이 나와 있으므로 대학들이 수험생의 개인별 석차 자료를 받더라도 이번 입시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또 교육과정평가원이 대학에 석차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교육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대입 전형에서 석차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권고할 수도 있다.

▽2005학년도 입시=수험생들이 과목과 영역을 선택할 수 있는 2005학년도 수능에서는 수험생 개인별로 응시 영역과 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총점을 기준으로 석차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영역별 석차 산출은 가능하기 때문에 상급심이 이번 판결을 확정한다면 수험생들은 자신의 영역별, 과목별 석차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이번 소송을 도운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는 “2005학년도 수능에서도 2, 3개 영역을 묶어 성적을 분석한 정보 등 대학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수험생에게 제공하도록 교육부에 계속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은 2005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을 올해 12월까지 최종 결정해 공표할 예정이어서 확정 판결이 나면 대학입시 전형방식을 고치느라 대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판결 의미=김정명신 대표는 “이번 판결은 교육 수요자가 겪는 불편과 불이익을 감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도 ‘석차 비공개’가 교육부의 입시제도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면서 수험생들이 입시학원이 내놓는 점수 위주의 정보에 의존해 대학을 선택하는 불편과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교육부는 ‘대학 서열화’ ‘점수 위주의 대학입시’를 막기 위해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등 보다 거시적인 교육정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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