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끼리 주고 받고…교환 간이식 첫수술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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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수술을 받기 하루 전인 1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모인 임재희 박헌수 이영자 임용순씨(왼쪽부터).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간 이식수술을 받기 하루 전인 1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모인 임재희 박헌수 이영자 임용순씨(왼쪽부터).사진제공 서울아산병원
8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하는 ‘교환 간 이식’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이승규(李承奎) 교수팀은 2일 말기 간경화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던 임재희(任宰姬·55·여)씨와 이영자(李英子·54·여)씨를 대상으로 각각 상대편 가족측에서 간을 기증받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사랑의 장기기증 릴레이 운동’을 통해 신장을 교환 이식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간을 교환 이식하기는 처음이다.

이번 수술은 수술실 4곳에 8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였다. 수술에는 교수급 의료진 11명을 포함한 30여명의 의사와 30여명의 간호사가 참여했고 수술이 끝난 뒤에는 중환자 담당 전문 의사와 간호사 각 10여명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간 기증자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12시간에 걸쳐 간의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한편 환자들은 약 20시간에 걸쳐 경화돼 있는 자신의 간을 떼어낸 뒤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는 고난도의 수술을 받았다.

임씨는 6월에 말기 간경화 환자로 판정받았지만 가족 중에서 혈액형이 맞는 간 기증자를 찾을 수 없었다. 또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으려면 2, 3년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씨도 6월에 말기 간경화로 판정받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때 박헌수(朴憲秀·51) 목사가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이씨의 가족 대리인 자격으로 간 기증을 제의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씨와 혈액형이 맞지 않아 간이식을 못하고 있었다.

병원측은 때마침 임씨의 조카인 임용순(任庸淳·31)씨도 간 기증을 하겠다고 나선 사실을 알고 두 가족을 연결시켰다. 다행히 임용순씨의 혈액형은 이씨와, 박 목사의 혈액형은 임재희씨와 맞아 교환 간 이식이 성사되게 됐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는 주로 간 기증자를 환자의 가족이나 뇌사자 중에서 찾았지만 적절한 시기에 혈액형이 맞는 간을 이식받기가 어려웠다”며 “이번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간 이식을 통해 앞으로 간 기증 영역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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