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세계철학자대회 유치 "東-西 철학이 만나는 지적 축제"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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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연기자
원대연기자
세계 최대의 인문학 제전으로 평가되는 ‘세계철학자대회’가 2008년 서울에서 열린다. 최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철학회연맹(FISP)’ 총회에서 그리스 아테네와 접전을 벌인 끝에 32 대 26으로 서울 유치가 결정됐다.

1900년 프랑스 파리 대회를 시작으로 5년마다 열려온 이 행사는 세계 각국의 철학자 3000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대회로 아시아권에서 이 대회가 개최되기는 처음이다. 이스탄불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엄정식 한국철학회 회장(서강대 교수)을 만나 유치 과정과 서울 대회의 의의 등에 대해 들었다.

―그리스의 아테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가 치열하게 경합을 벌여 서울 유치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아테네는 2004년 올림픽에 이어 이 대회까지 개최해 올림픽과 서양철학의 발상지로서 명실상부한 위치를 확고히 하려 했고, 알렉산드리아는 대회 유치에 맞춰 알렉산더 대왕이 그곳에 세웠던 유서 깊은 도서관을 재건축하겠다며 오랜 문화의 중심지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연맹측에 공식서한을 보내 지원을 해줬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한국의 인프라에 대해 참가자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제는 동아시아에서도 개최해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찾아보자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서울 대회를 통해 우리가 세계철학계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투표에 앞선 프레젠테이션에서 우리는 원효, 지눌, 이황, 이이, 정약용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철학적 전통을 소개했다. 또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사회의 역동성과 이미 한국생활의 일부가 된 세계최고 수준의 정보통신문화를 보여줬다. 그리고 위르겐 하버마스, 대니얼 데닛, 찰스 테일러 등 세계적인 철학자들이 한국에 와서 전국을 돌며 학술강연과 토론을 벌여온 한국철학계의 활발한 움직임도 소개했다. 한국은 동서와 고금이 동시에 교차하면서 살아 숨쉬는 역동적 문화지대로, 생동하는 철학이 생겨날 수 있는 지역임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울대회의 주제를 ‘동서 철학 전통의 만남과 융합’으로 잡으려 한다.”

―이 대회를 계기로 세계의 수많은 철학자들이 한국에 관심을 기울일 텐데 이를 계기로 한국철학계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의 철학적 전통이나 사유능력은 서구에 못지않지만 그것을 연구하고 소개하는 방법론이 부족하다. 각국의 수많은 철학자들과 협의하며 대회를 기획하고 발표 토론하면서 이런 점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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