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향응’ 업주李씨 비호 ‘윗선’ 찾아라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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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에게 향응을 제공한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50)의 갈취 교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중단 의혹(본보 13일자 A27면)에 대해 대검이 본격 감찰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대검 감찰부(유성수·柳聖秀 검사장)는 13일 “이씨의 갈취 교사 혐의에 대한 수사 경위와 현재 진행 상황 등을 철저하게 조사한 뒤 처리 과정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비호세력 누굴까=청주지검이 6월 중순 이씨를 소환한 뒤 갑자기 수사를 중단한 것은 검찰 내부에서 이씨를 비호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수사팀은 이씨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정황과 진술을 확보, 구속 방침을 세우고 수뇌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씨는 검찰에 소환됐다가 풀려난 시기를 전후해 자신의 구명을 위해 모든 ‘인맥’을 동원한 총력전을 펼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6월 28일 양 전 실장을 만나 향응을 제공하면서 수사 무마 청탁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씨의 변호를 맡은 A변호사도 비슷한 시기에 청주지검 수뇌부를 찾아가 이씨 관련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에 대한 수사는 이후 중단됐다. 자신이 검찰의 ‘목표물’이 됐다는 사실을 안 이씨에게서 집중적인 로비를 받은 검찰 ‘윗선’이나 외부의 압력에 따른 것일 가능성을 짙게 하는 대목이다.

▽감찰 전망=이씨의 구명 로비와 수사 중단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즉 수사 중단이 이씨와 청주지검 내부와의 유착 때문은 아닌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실제 이씨가 청주지역 검찰 및 경찰 관계자들과 광범위한 친분관계를 유지했으며, 이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등 로비를 벌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검은 이날 오전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지검은 이날 “주임 검사가 이씨를 소환한 적은 있는 것 같다. 정확한 내용은 파악 중”이라고만 간단하게 언급했다.

대검의 감찰을 통해 검찰 내부에서 이씨에 대한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원칙과 정도’에 따른 수사를 줄곧 강조해온 검찰의 도덕성에도 큰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씨에 대한 수사 중단이 청주지검 차원을 넘어선 검찰 고위층이나 정치권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한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주=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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