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대학생 벤처기업가 신승엽씨…향기산업 도전

  • 입력 2003년 7월 13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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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기기자
강병기기자
“사람과 환경의 조화를 생각하면 어려울 게 없지요.”

대학생 벤처기업가 신승엽씨(20·사진).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 2학년인 그는 창업한 지 벌써 3년이 된 어엿한 기업인이다.

서울 경성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 ‘그린아이디어뱅크’를 창업해 서울 중소기업청의 벤처기업 확인서를 받았다. 이른바 ‘고등학생 벤처기업 1호’가 된 것. 그동안 특허출원한 아이디어 상품만 해도 27종에 달하고 지난해 매출도 60억원으로 늘어났다.

“벤처기업 접수를 하러 갔더니 서류도 안 받아 주려고 했어요. 석박사들이나 신청하는 거지 고등학생이 장난삼아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접수만 해 달라고 통사정했지요. 그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열심히 새 상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신 대표가 처음으로 내놓은 상품은 공기 튜브로 만들어진 모자. 야구나 축구경기장에서 흔히 쓰는 종이모자는 한 번 쓰고 나면 버리게 돼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데 착안해 평소에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공기만 불어넣으면 쓸 수 있는 신제품을 만들어낸 것. 이 모자는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 수출되고 있다.

요즘 신 대표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아로마(향기)다. “향기는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좋다”고 그는 말했다.

향기 나는 크레파스도 그의 작품이다. 빨간색 크레파스를 문지르면 딸기향이 나고 노란색을 칠하면 오렌지향이 나는 크레파스다.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한 유치원에 제품을 보냈더니 아이들이 초콜릿 냄새가 나는 크레파스를 먹어 당황하기도 했단다.

이 밖에도 그린 아이디어뱅크에서 나오는 상품 중엔 향기 나는 화분 흙, 국화꽃에서 채취한 해충퇴치기능이 있는 조화 화분 등 독특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것이 적지 않다. 특히 향기를 6개월 가까이 지속시키는 기술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서인지 그린아이디어뱅크는 올해 스위스의 유명 투자회사인 에이플러스 월드캐피털로부터 2억달러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기술력을 높이 산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 회사에서 투자하기 전에 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려고 제가 나온 고등학교까지 다녀갔대요. 그런 꼼꼼한 절차를 거쳐 인정받고 보니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본인이 어렵게 인정받은 탓일까. 그린아이디어뱅크는 직원 채용 방식도 독특하다. 신 대표는 지난해 말 주요 일간지에 ‘이력서가 필요 없는 회사의 사원모집’이라는 제하의 채용 광고를 내고 자기소개서 한 장만 달랑 들고 온 사람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뽑았다. “소신은 세상을 바꿀 수 있어도 학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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