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완도 정도리 해안가 명물 '구계등 갯돌' 살아났다

  • 입력 2003년 5월 4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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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구계등 갯돌이 살아났다.’

둥글고 미끈한 검은 갯돌이 수년간 밀반출되면서 군데군데 모래가 드러나는 등 흉한 모습(본보 3월26일자 A25면)이었던 명승 제3호인 전남 완도군 구계등이 민(民)· 관(官)의 노력으로 원래 모습을 찾아 가고 있다.

구계등(九階燈)은 완도읍에서 서남쪽으로 4㎞ 떨어진 정도리 해안가의 길이 800m, 폭 50m, 면적73만㎡ 규모로 검은 갯돌이 파도에 씻겨 아홉 계단 모양으로 쌓였다는 뜻에서 구계등으로 불리고 있다.

구계등 갯돌은 작게는 달걀만한 것에서 수박 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파도에 씻기고 닳아져 하나 같이 둥근 모양을 하고 있으며 남향의 해안선에 햇살이 비치면 진주같이 빛나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관광객들이 호기심에 하나 둘씩 가져가고 차량을 이용한 대량 밀반출까지 잇따라 갯돌수가 크게 줄면서 모래가 드러나고 해초가 자라는 등 흉한 모습으로 변했다.

완도군 주민들과 국립공원관리공단 다도해해상관리사무소, 완도해양경찰서 등이 ‘구계등 갯돌 되돌려놓기 운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주민들과 완도해경은 지난해 구계등 갯돌 돌려주기 캠페인을 벌인데 이어 3월19일 폐교와 관공서 화단에 묻혀 있는 갯돌 3000여개를 구계등으로 옮겼다. 이후 주민들도 정원 단장용으로 사용해온 갯돌을 모아 자연의 품으로 되돌려 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다도해해상관리사무소는 지난달 30일 구계등 앞바다 살리기 운동의 하나로 잠수부 20여명을 동원해 바닷속에 버려진 폐그물 등을 수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원형 탈모증’에 걸린 구계등에 다시 갯돌이 쌓이면서 점차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아직은 되돌려 놓은 갯돌이 원래대로 복원되지 않아 굴곡과 경사가 심해 산책하기에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조류 등 자연현상에 의해 조만간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다도해해상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구계등 갯돌 되돌려놓기 운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구계등에 놀러왔다 기념품으로 1, 2개씩 가져갔다는 사연과 함께 갯돌을 보내오는 등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도=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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