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정암초등교 306명 돼지저금통 깨 이라크 성금

  • 입력 2003년 5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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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정암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306명은 이번 어린이날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고사리손으로 한푼 두푼 모았던 돼지저금통을 깨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라크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성금으로 내놓은 것. 이들은 어린이날 선물까지도 성금으로 양보했다.

아이들이 이런 뜻을 모은 것은 지난달 28일의 5학년 3반 학급회의에서였다. 이라크 어린이들의 딱한 사연을 듣고서 모두가 “우리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힘겨워하고 있는데 우리만 즐거운 어린이날을 보낼 수 없다”며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 다른 7개 반 학생들도 ‘우리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을 돈이면 이라크 어린이 수십명을 탈수증세에서 구할 수 있다’는 말에 적극 동참했다.

이를 지켜본 5학년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기특한 마음을 살리기 위해 어린이날 선물을 사주기 위해 준비해뒀던 비용도 모금 운동에 보태기로 했다. 아이들은 “어린이날이 꼭 선물을 받기만 하는 날이 아니라 다른 어린이들을 위해 선물을 줄 수도 있는 날이란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는 부모들의 말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5학년 3반 학급대표 김을령(金乙嶺·10)양은 “어학연수 갈 때 용돈으로 쓰기 위해 모았던 돼지저금통을 털었고 어린이날 선물로 받기로 한 미니컴퓨터를 포기했다”며 “이라크 어린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3일까지 100만원을 넘긴 이 성금은 6일 이라크 어린이 돕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동아일보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에 전해질 예정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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