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독서지도, '책과 사귀기' 재미있는 것 부터

  • 입력 2003년 3월 1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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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대형 서점에서 학생들이 바닥에 앉은 채 책을 읽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시내 대형 서점에서 학생들이 바닥에 앉은 채 책을 읽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책 읽기를 싫어하거나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대부분 어려서부터 책과 친해질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상매체 세대인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등에 빠져 책과 담을 쌓는 경우가 더욱 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책과 친해질 수 있을까. 또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우선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책과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분량이 많지 않고 어휘가 쉽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을 골라 시작해야 한다는 것.

책 읽기를 학습의 수단으로 여겨 무조건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게 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또 책을 읽은 뒤에는 반드시 독후감을 쓰도록 강요하거나 책 내용에 대한 질문을 던져 시험당하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도 피해야 한다.

▽책을 왜 읽는가=읽기 능력에 차이가 있다면 똑같은 자료를 읽어도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과 사고력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청소년기에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은 평생 동안 퍼 쓸 수 있는 ‘교양의 곳간’을 마련하는 것과 같다. 책을 통해 성숙한 삶을 살기 위한 지식을 습득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책 읽기를 통해 논리적인 사고의 틀을 갖추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든 합리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언제부터 읽어야 하나=일반적으로 아이가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기는 10개월 정도 됐을 무렵부터다. 이때부터 책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배우기 전 단계의 어린이에게는 감성과 직관력을 길러줄 수 있는 이야기책을 읽어 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읽어 주는 책의 내용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차츰 이야기가 지닌 기본적인 구조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나중에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키우게 된다. 처음에는 간단한 문장과 단어가 되풀이되는 책이 좋으며 아이가 커 갈수록 단어와 내용의 수준이 높아지는 이야기책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정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각자의 관심 분야와 독서 경험, 읽기 능력 등에 따라 좋은 책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여러 기관에서 내놓은 권장도서 목록을 무조건 신봉할 필요는 없고 참고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동화나 전설, 위인전, 판타지 문학 등을, 지적인 욕구가 발달하는 고학년의 경우 추리소설이나 과학 관련 서적, 역사소설 등을 권하는 것이 좋다. 가치관이 생기는 중학생 이상은 문학, 역사,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는 것이 좋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는 되도록 정성들여 만든 책을 선택하자. 편집자의 정성이 들어간 책은 내용면에서도 훌륭한 경우가 많다.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책을 고를 때 페이지 수부터 확인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독서를 하면서도 남은 분량을 확인하느라 책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읽다가 그만두더라도 읽은 만큼은 머릿속에 남는 것이 독서다. 반드시 책 전체를 읽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 읽어도 아예 읽지 않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하루에도 수 백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모든 책을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독후감은 다양한 형식으로=책을 읽은 뒤 내용과 감상 등을 정리하는 데는 독후감을 쓰는 방법이 가장 좋다.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독후감이 독서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자기가 읽은 내용을 기록해 나가는 동안에 생각도 정돈되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방법도 익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에게 완성된 형태의 독후감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그림으로 느낌을 그려 본다거나 작가나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는 방법 등 딱딱하지 않고 자유로운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신현숙 연수부장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서점을 방문해 책을 고르고 책을 읽은 뒤에는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 자녀의 독서 동기를 유발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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