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열정으로 똘똘 뭉친 ‘환경 파수꾼’

  • 입력 2003년 1월 12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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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박병상(朴炳相·46) 소장은 인천지역의 ‘환경 파수꾼’으로 통한다.

인하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과정까지 마친 그가 환경운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2년. ‘관광휴양지 개발이 조류 분포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공동 연구논문을 쓸 때 전국의 산과 바다를 누볐다.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인해 신음하는 자연과 주민들의 고통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환경운동의 필요성을 느낀 것.

93년 청량산살리기운동 시민모임에 참여해 환경운동을 경험한 박 소장은 이듬해 12월 인천지역 교수와 학자 등 6명과 함께 ‘인천환경운동연합’을 만들었다.

이 때 정부는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에 원자력폐기물처리장을 설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천 앞바다 핵폐기장 대책 범시민협의회’ 정책위원을 맡은 박 소장은 서해안이 조수 간만의 차가 커 폐기물 수송선이 다니기에 위험하고 굴업도 인근 지역에서 활성(活性)단층의 징후가 발견된 사실을 들어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정부는 95년 12월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는 “환경운동은 다음 세대의 건강을 지켜 주기 위한 현 세대의 당연한 행동”이라며 “이웃을 만나는 공간인 숲을 도시에 조성하는 등 공동체 삶을 회복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던 그는 95년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를 설립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천의 섬과 갯벌 등을 돌며 환경 파괴현장을 담은 ‘인천생태환경사진집’(1997)을 시작으로 그가 지금까지 집필한 책은 모두 11권.

환경칼럼집 ‘굴뚝새 한 마리가 국민총생산(GNP)에 미치는 영향’(1999), 교양서적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2002) 등 매년 1권 이상의 책을 냈다. 또 ‘인천에 들어설 새로운 위험시설’ 등 26편의 연구논문을 썼으며 국내 학술지와 언론 등에 기고한 글도 600여편에 이른다.

인천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열리는 환경캠프 강의도 대부분 그의 몫이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환경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국에 3000여명의 회원이 있는 환경단체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의 공동대표를 최근 맡았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처장(46)은 “인천의 환경 파괴에 대해 분노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고 박 소장을 평가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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