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강경 '미내다리' 복원

  • 입력 2003년 1월 9일 20시 48분


조선시대 한때 삼남(三南)에서 규모가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진 충남 강경의 ‘미내다리’(渼奈橋·논산시 채운면 삼거리·사진)가 당초 모습대로 복원됐다.

‘미내’ 하천을 가로 지르는 미내다리는 화강암으로 이뤄진 길이 30.6m, 너비 2.8m, 높이 4.5m 규모의 아치 형태의 다리. 본래 다리는 바로 인근인 논산시 강경읍 산양리에 있었다.

국립 부여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은진미교비(恩津渼橋碑)’ 비문을 보면 이 다리는 조선 영조 7년(1731년) 강경에 살던 송만운이 주도해 전라도 여산 등 인근 마을 사람들과 함께 1만냥을 모아 1년간의 공사 끝에 축조했다.

다리의 구조와 모양과 조선시대 축조기술과 예술적 감각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1973년 충남도 유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됐으나 97년 석교 일부가 붕괴돼 99년 해체됐었다.

이 다리는 또 당시 삼남(충청 경상 전라)에서 가장 규모가 컸을 뿐아니라 전라도와 충청도를 이어 주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과거를 보는 유생들이 이 다리를 건너며 급제의 기쁨과 낙방의 슬픔을 토해냈다. 당쟁에 휘말린 관료들이나 인재로 발탁된 선비가 권력무상을 절감하거나 청운의 꿈을 안고 지다던 다리이기도 했다.또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서는 다리의 상징과도 같아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에게 ‘강경 미내다리에서 주어왔다’는 놀림말에 이용되기도 했다. 음력 정월과 8월 대보름날 이 다리를 왕복하면 소원이 성취되고 액운을 면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요즈음에도 이날만 되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강경=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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