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全人교육까지 학원에 내주나

  • 입력 2002년 12월 6일 18시 18분


일부 사설학원이 공교육의 영역인 전인(全人)교육에까지 나서고 있다는 보도다. 학원에서 시사문제를 토론하는가 하면 과학실험을 진행하고, 심지어 봉사점수까지 대신 따준다고 하니 어디가 학교이고 어디가 학원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 같은 수업이 7차교육과정 도입에 따른 ‘신종 과외’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을 길러낸다는 전인교육을 학교가 학원에 내준다는 것은 민망스러운 일이다. 전인교육은 공교육이 사교육에 양보해서는 안될 ‘마지노선’이다. 안타깝게도 ‘학교’라는 이름만 남았을 뿐 ‘교육’이라는 내용물이 실종되어 버린 공교육의 슬픈 현실을 보는 느낌이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공교육의 무능력이다. 학생들은 학원의 수업내용이 학교보다 훨씬 입시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입시 교육이 전부는 아니지만 학교는 그동안 학생들 기대에 얼마나 부응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사들 사이에 퍼져 있는 무력감에서 벗어날 방도도 찾아내야 한다.

뒤죽박죽의 교육정책도 공교육 ‘몰락’을 부추기고 있다. 새 입시제도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내신 수능 경시대회 논술 특기적성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만능 슈퍼맨’이 되기를 요구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나서 점수를 얻고 상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화되고 분화된 사교육시장은 이 같은 수요에 맞춰 더욱 가지를 치고 규모를 확대한 반면 학교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를 한꺼번에 해낼 수 없기 때문에 입지가 더욱 초라해진 것이다. 2004년부터 전면 실시되는 새 교육과정에서 사교육 수요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가 됐다.

사교육비는 갈수록 늘어나 연간 26조원에 이르고 있다. 학부모들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사교육비로 쏟아넣는 고통의 수렁에 깊이 빠져 있다. 전인교육까지 사교육 몫이 되는 공교육의 공동화(空洞化)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새 정권이 탄생하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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