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부천 아버지 합창단' 불우이웃 봉사위해 구슬땀

  • 입력 2002년 11월 13일 21시 15분


“소리 높이 외쳐라∼ 하늘이 떠나가게.”

11일 오후 경기 부천 원미구 상동 복사골 문화센터 4층. 부천아버지합창단 회원 20명이지휘자 최홍민씨(55)의 지도 아래 ‘우정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부천아버지합창단은 1월 ‘노래를 통해 세상에 사랑을 전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부천지역 30∼50대 아버지들이 모여 만들었다. 단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연습실에 모여 화음을 가다듬고 있다.

“우리나라 아버지들은 많은 짐을 진 채 살고 있어요. 사업이 부도나거나 직장에서 구조조정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해도 ‘가장’이기 때문에 말도 못하고…. 이 같은 고민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합창단을 만들었어요.”

창단 단원은 12명. 이들은 학창시절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아마추어인데다 단원도 적어 화음을 맞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단원들은 주머니를 털어 합창단원 모집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나, 자녀의 권유로 나오는 등 동기는 서로 달랐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희망자들이 모여들었다.

원충연씨(44·원미구 중동)는 “노래를 부르다 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다”며 “단원이 된 뒤 부부간의 사이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내년 2월 창단 연주회를 가질 계획. 가족은 물론 직장 동료와 친구 등 주위에서 “노래 실력은 언제 보여줄 것이냐”며 성화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단원들은 현재 ‘사랑으로’ 같은 대중가요와 가곡, 팝, 트로트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중이다. 자녀들을 위해 ‘로봇 태권V’, ‘지구특공대’ 등 만화영화 주제가도 맹연습하고 있다.

창단 연주회 후 대중 앞에 설 자신감과 실력이 갖춰지면 소년소녀가장과 장애인,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 노래를 통한 봉사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017-312-7283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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