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총기관리 국민들은 불안하다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9시 01분


군의 허술한 총기 및 실탄 관리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어 군 당국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 포천군 농협강도 사건의 경우도 용의자 전모 상사(31)가 범행 하루 전에 총기를 부대 밖으로 빼내 사용한 뒤 제자리에 가져다 놨으나 그 과정에서 전혀 적발이 안된 것으로 밝혀져 총기 관리에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허술한 총기 실탄 관리〓군 조사 결과 전 상사는 범행 이틀 전인 9일 오전 상급자에게 총기 청소를 이유로 자신의 총을 포함해 6정의 총기를 꺼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다음날인 10일 간부가 없는 틈을 타 병기계원에게 지시해 총기 6정을 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5정은 부하들에게 나눠줘 닦게 하고 나머지 자신의 K1 소총을 범행에 사용한 렌터카에 싣고 유유히 부대를 빠져나간 전 상사는 다음날 오후 범행을 저지른 뒤 총기를 닦아 부대에 반납했다.

범행 직후 육군참모총장 지시로 총기 조사가 진행되자 해당 부대는 총기 6정이 없는 사실을 알고 전 상사에게 조속한 반납을 지시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범행이 알려진 11일 오후 8시경에도 총기는 물론 전 상사가 부대 내에 없는데도 부대측은 전 상사에게 연락해 “빨리 총기를 반납하라”고 지시했을 뿐 별다른 혐의를 두지 않았다. 전 상사가 총기를 반납한 뒤에는 총기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또 인원과 총기를 파악해야 하는 10일 취침점호와 11일 아침점호에서 총기가 없는데도 해당 부대측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전 상사는 범행에 사용한 연막탄은 99년 말 모 특수부대에 근무할 때 훔쳐 보관하던 것이고 실탄은 2001년 9월 신병교육대 사격장에서 훔친 것이라고 진술해 군의 실탄 등 관리도 허술함을 보여줬다.

▽잇따르는 총기사고〓포천 총기강도 사건에 앞서 올해 초 군 전력의 핵심인 수도방위사령부와 해병대에서 총기와 실탄이 잇따라 탈취당했다.

또 장교가 외박기간에 권총을 반출해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해 일찌감치 군의 총기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아 또다시 대형 사고를 자초했다.

유모씨(23)는 수방사 초소에서 K2 소총 2정을 탈취한 뒤 경기 김포시의 모 해병부대에 침입, 실탄 400여발을 훔쳐내 3월 서울 중랑구 상봉동 H은행에서 강도행각을 벌였다.

같은 달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비디오방에서 애인의 변심을 비관해 자살한 공군 모 부대 권모 중위(25)도 실탄 6발을 장전한 38구경 권총을 소지했지만 경찰의 통보를 받기 전까지 군 당국은 총기 밀반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포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軍당국 축소-은폐 의혹▼

경기 포천군 농협 총기강도 사건의 용의자 전모 상사(31)의 소속 부대와 군 수사당국이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군은 27일 용의자 검거를 발표하면서 전 상사가 범행 당일(11일) 오후 총기를 부대 밖으로 빼내 사용한 뒤 부대에 반납했다고 밝혔으나 28일 “범행 전날 오후 총기를 부대 밖으로 빼내 다음날 사용한 뒤 부대에 반납했다”고 번복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전 상사의 소속 부대장이 재물조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고 보고해 왔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소속부대로 돌렸다.

군 수사기관은 또 16일 경찰이 탐문수사를 통해 전 상사가 범행 하루 전인 10일 오전 2003년식 뉴EF쏘나타 차량을 빌렸다고 통보했으나 이를 무시했으며 경찰이 재차 공식문서(첩보결과)를 제출하자 그때서야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26일 전 상사의 신병을 확보해 군경 합동신문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총기 반출과 범행 당일의 행적 등 범행과 관련된 전 상사의 중요 진술을 듣지 못하도록 경찰에 “나가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군이 고의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군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에 전 상사 외에 군 관련 공범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전 상사 주변 인물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군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공범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전 상사 주변 인물과 통화기록 등을 통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범행 며칠 전 전 상사가 ‘은행을 털자’고 제의한 인근 부대 모 상사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수사대는 이날 전 상사에 대해 특수강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군에 따르면 전 상사는 5개 카드사로부터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지난해부터 술값 등으로 2000여만원을 사용했으나 연체대금 독촉을 받자 사채를 끌어 써 빚이 5000여만원으로 늘어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포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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