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 난개발현장 가보니…]“45번국도는 유흥가”

  • 입력 2002년 7월 19일 18시 52분


18일 오전 11시반 경기 양평군 서종면 양수리 한강수질검사소에서 배를 타고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을 가로질러 남한강 수변구역을 향해 4㎞ 정도 달리자 남한강 양쪽으로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 곳곳의 조그만 섬에는 백로까지 보여 자연경관이 더욱 돋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런 경관은 오래가지 못했다. 5㎞ 지점에 다다르자 강 양쪽에는 카페, 호텔, 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8층짜리 ‘아리아하우스’ 호텔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 뒤로는 산을 포클레인으로 마구 파헤쳐 계단식으로 만든 수천평의 택지가 흉한 몰골을 드러냈다.

한강환경감시대 정유순(鄭裕淳) 대장은 “이 지점이 바로 팔당 유역 중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상수원보호구역이 끝나고 남한강 수변구역이 시작되는 입구인 양평군 양서면 대심리 일대”라고 설명했다.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가 이번에는 차를 타고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서 45번 국도를 타고 북한강을 따라 경춘가도 방향을 둘러보았다.

처음엔 빽빽이 들어선 나무와 숲에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경관이 펼쳐졌지만 4㎞ 정도 달려 상수원보호구역과 북한강 수변구역이 만나는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 입구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세상이 나타났다.

도로 양 옆에는 음식점, 러브호텔, 유흥주점, 카페 등 줄지어 자리를 잡아 도심의 먹자골목이나 유흥가 골목 그대로 갖다놓은 듯 했다. 임야와 농지 등을 불법 용도 변경하거나 무단 증축해 주차장으로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발길을 옮겨 이 일대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는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의 문안산(536m)에 올라가 난개발 지역으로 알려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푯대봉(353m) 아래쪽을 바라봤다.

이곳은 마치 신도시 아파트건설 현장인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빌라 건축을 위한 터닦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경관이 수려한 계곡마다 공사를 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울창한 숲은 마구 베어져 ‘벌거숭이’산으로 변했으며 공사장에서 흘러내린 흙이 팔당호로 흘러 들어가 황토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정 대장은 “팔당호 상류지역에서 진행 중인 각종 건축물 공사장은 수계로부터 1㎞ 이내인 수변지역에 위치해 있다”면서 “따라서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오물은 팔당호로 직접 유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 축사, 농가창고 등으로 허가받아 플라스틱 성형공장이나 물류창고로 불법 용도 변경을 하는 사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오후 5시반경 88올림픽대로를 타고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에 못 미쳐 하남시청 방향으로 우회전하자 경기 하남시 신장동의 농가가 나타났다. 파란색이나 초록색 지붕으로 된 건물은 거의 다 축사를 불법 용도한 것이란 환경부 관계자의 말에 따라 한 창고에 들어가 보았다. 내부에는 소나 돼지는 한 마리도 없고 수출용 물품을 포장하는 종이상자로 가득 차 있었다. 바로 옆 창고에는 동충하초 등 음료수 박스가 빽빽이 쌓여 있었다.

중부고속도로 하남IC에서 경안IC 사이에는 축사나 농가창고로 허가받아 지은 뒤 물류창고 등으로 불법 용도변경해 사용하는 창고가 무려 2만여개에 달한다.

북한강 수변구역에 대한 난개발은 낮보다 밤에 더 확연히 드러난다. 17일 오후 11시경 경춘가도를 타고 가평군 외서면 상천리까지 달리는 약 30㎞의 길은 마치 도심 속 유흥가를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특히 외서면 대성리에서 상천리에 이르는 도로 양옆에는 수백실 규모의 대규모 숙박시설과 목욕탕, 수영장, 놀이공원 등 대규모 위락시설이 들어서 수도권의 식수원인 팔당호 주변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4, 5년 전만 해도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뚫고 달렸는데 이젠 러브호텔의 붉은 네온사인이 운전자들을 맞고 있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정부 대책의 문제점▼

연간 25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팔당특별대책 시행 이후에도 팔당 유역에 난개발이 심해지는 것은 팔당호 주위가 호수와 산림이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고 서울에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심한 개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 확보 차원에서 자치단체장들이 무리한 개발을 시도하는 데다 개발업자와 지역주민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특별대책지역 I권역의 경우 800㎡ 이상 일반주택의 입지가 불가능하지만 건축업자들은 필지를 여러 차례 분할, 시군의 허가를 얻는 방식으로 주택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특별대책지역 I권역에서는 분양용 전원주택이 불가능하도록 2000년 10월 관련 고시를 개정했으나 과거에 허가를 받은 업자에 의한 주택 건설은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

주민 생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외규정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지정시 취락지역 등은 예외로 하게 돼있으나 이 지역에 아파트 건설 압력이 집중돼 있다.

국토이용관리법상 산림지역의 경우 택지 조성을 위한 산림형질 변경시 3만㎡ 이하에 대해서는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문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수변구역, 녹지자연도 7∼8등급 지역, 급경사지역 등 환경적으로 민감한 지역은 개발사업을 유보할 수 있도록 하고 △분양용 전원주택 건설을 막기 위해 거주기간 6개월 이상, 전가족 거주의 경우에만 주택건설 허가를 내주는 등 관련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개발 위주 사고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어떠한 규제책으로도 무차별적 난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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