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방사 반달곰 암컷 실종

  • 입력 2002년 6월 27일 15시 31분


"반순아, 어디있니?"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해 9월 지리산의 형제봉 인근에 방사한 새끼 반달곰 4마리중 암컷인 '반순'이 끊어진 전파발신기만 남긴 채 사라져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이번에 사라진 반달곰은 우리나라에서 복원한 암수 한쌍씩의 반달곰 중 한마리. 지난해 10월 암컷인 '막내'가 자연 적응에 실패해 회수된데 이어 또 다시 암컷이 사라짐에 따라 방사된 반달곰은 수컷 2마리만 남게됐다.

연구원측은 그동안 수컷 2마리는 함께, 암컷 한 마리는 따로 동면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전파발신기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암컷의 생존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수색 작업에 들어갔으며 최근에야 낫 등 예리한 도구로 끊어진 전파발신기만을 회수했다.

연구원은 이 암컷이 수컷들과는 따로 떨어져 생활해 왔으며 수컷의 행동반경이 2∼3㎞인데 비해 행동반경이 500m에 불과해 지난 겨울 추위와 30㎝가 넘는 눈밭 속에서 먹이를 찾아헤매다 동면 직전 아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원 김원명박사는 "숨지거나 탈진한 반달곰을 발견한 누군가가 전파발신기를 끊어 버리고 웅담 채취를 위해 사체를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나 밀렵에 의한 희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암컷이 실종됨에 따라 지리산에 남은 수컷 2마리가 역시 지리산에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5마리 정도의 야생곰과 교배하지 못할 경우 멸종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방사한 반달곰 2마리와 기존 야생곰의 보호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지리산 생태계 복원을 위한 반달가슴곰 복원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우선 수컷 2마리를 붙잡아 생존센서가 달린 신형전파발신기로 발신기를 교체하고 곰의 섭생 등 활동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고정식 고감도 전파수신안테나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곰의 보호를 위해 출입통제구역을 현재의 106㎢에서 159㎢로 50% 가량 확대하고 현재 5마리로 추정되는 반달곰의 개체수를 2011년까지 50마리 수준으로 복원키로 하고 관련 예산 확보에 나섰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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