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박사 최규선?…동문-대학 "그런 인물 없었다"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18분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42)씨가 그동안 주장해 온 ‘버클리 행적’은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자신이 90년대 초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이 대학의 명예교수이자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A 스칼라피노 교수의 수제자라고 과시해 왔으나 현지 대학 관계자들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미국 유력 인사들과의 폭넓은 교분을 쌓는 데에는 미국 민주당의 스티븐 솔라즈 전 의원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버클리대 박사 취득 여부〓버클리대의 한 관계자는 “최씨가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단 한번도 그가 썼다는 학위 논문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버클리대 정치학과 이홍영 교수는 “최규선이라는 사람이 91년 학부 ‘평화와 분쟁(peace and conflict studies)’ 과정에 입학해 96년에 졸업한 사실이 있으나 박사과정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과정만 마친 사람은 스칼라피노 교수의 ‘수제자’나 조교가 될 수 없다는 게 버클리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이들은 또 “90년대 초엔 스칼라피노 교수가 이미 학부 강의를 중단한 상태여서 조교 등을 따로 둘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93년 버클리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세종연구소 김종완(金鍾完) 연구위원 등 국내의 버클리대 동문회 회원들도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이라야 5, 6명에 지나지 않는데 ‘최규선’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다만 최씨를 잘 아는 한국 출신의 버클리대 관계자는 “최씨가 95년경 스칼라피노 교수에게 접근해 당시 야당총재였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을 소개시켜 주거나 한국 강연 등을 주선했다”고 귀띔했다.

▽솔라즈 전 의원과의 관계〓솔라즈 전 의원은 97년 대선 직전 한국을 방문, 당시 김대중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하던 최씨를 소개받아 급속도로 가까워져 서로 친구로 부르는 사이가 된다.

이후 최씨는 솔라즈 전 의원의 소개를 받아 자신이 아는 한국의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을 미국의 정계 거물들과 연결시켜 주면서 ‘미국통’으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두 사람이 서로 자신의 지인들을 연계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인맥 공조 관계를 유지한 셈이다.

금년 1월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의원이 주최한 용산 미군기지 이전 관련 세미나에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스테플턴 로이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참석한 것도 최씨와 솔라즈 전 의원의 작품이었다. 작년 6월 현대아산 측이 금강산 카지노사업 유치를 위해 솔라즈 전 의원과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최씨가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방미 때도 솔라즈 전 의원을 통해 이 전 총재와 미 행정부 인사들의 만남을 주선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 총재 측은 “그레그 전 대사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고 ‘절대 우리 뜻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고 부인했다.

로스앤젤레스〓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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