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독자리포트…초등생과 ‘무거운 가방’

  • 입력 2002년 3월 25일 03시 47분


대개의 부모들은 개학에 맞추어 아이에게 하얀 실내화를 사주며, 방학동안 자란 아이의 발 크기를 확인하고 그만큼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실내화를 마련하기 어려워 새로 산 친구의 하얀 실내화를 부러워 했던 학창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어서인지 내게는 아이에게 실내화를 사주는 것이 큰 기쁨의 하나이다.

그러나 등에는 무거운 책가방, 오른손에는 신주머니, 왼손에는 물통주머니를 들고, 준비물이 많은 날에는 겨드랑이에까지 짐을 끼고 등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대학생이 된 큰아이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가방이니 준비물이니 하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학용품 몇 가지를 들고 넓은 잔디밭 가운데 있는 학교로 등교하는 것으로 보면 피크닉 가는 모습과 같았다.

90년 초 한국으로 돌아와서 아이의 등교 모습은 너무나 달라졌다. 무거운 짐을 지고 학교를 가는 아이의 모습이나, 짐을 지고 학교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려 몸을 숙이다가 다른 아이와 부딪쳐 넘어지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둘째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우리의 교육여건이 외형적으로는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학급당 학생수도 줄어들었고, 색연필 등 일부 학용품을 학교에 보관할 수 있으며, 점심식사도 학교에서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한 만큼 아이들의 짐도 줄어 들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학교급식을 하면서도 학생들은 숟가락, 젓가락과 함께 물통까지 들고 다닌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가 물통주머니를 따로 들고 가는 것을 덜어주기 위해 작은 물통을 가방 한 구석에 넣어 주었다가 뚜껑이 열려 많은 책을 적셔 버린 적도 있었다.

학교급식을 하며 왜 학생들에게 물과 수저를 가지고 다니게 할까.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나무로 된 교실바닥을 보호하기 위하여 교실에서 실내화나 맨발로 생활하였다. 지금은 많은 학교의 교실바닥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다. 대학에서나 회사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실내화를 갈아 신는 불편이 없이 지내고 있다.

왜 유독 학교에서는 아직까지 실내화를 착용하는 번거로움을 고집하고 있을까.

우리의 교육현장은 아직 아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어른의 머리로 생각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권명회 인천대 물리학과 교수 kwonmh@incheon.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