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위원회도 정치성향 고려해 강제해직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08분


한국마사회에 이어 종합유선방송 프로그램 심의기관인 종합유선방송위원회도 1998년 인력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정치성향 등을 정리해고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21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이하 종방위)의 ‘구조조정 대상 심사평가서’에서 밝혀졌다.

▼관련기사▼

- 마사회 문건 폭로 직원 양심선언

이 문건은 종방위가 98년 11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당시 한정일(韓貞一·현 아태평화재단 이사) 위원장이 지명한 8명의 간부와 노조위원장 등 9명이 정리대상자들을 평가해 작성한 것으로 한 위원장은 이들이 각각 제출한 평가서를 취합해 정리대상자를 결정했다.

문건에 따르면 9명의 간부 등은 위원회가 제시한 ‘업무추진능력’ ‘개혁성’ ‘성실성’ 등 세 가지 기준에 근거해 나름대로 평가하면서 비고란에 정치성향 등을 적시했다.

평가자인 A부장은 전체 121명 중 36명을 정리대상으로 분류하고 비고란에 ‘나사본(김현철 사조직)’ ‘민정당 출신 특채’ 등 정치성향과 특정 인맥 출신을 강조했다. 또 B국장은 특정 인맥 출신, 정치성향, 노조와의 관계 등을 위주로 38명의 정리대상자 명단을 만들었다.

정리대상자로 분류돼 강제 해직된 C씨의 경우 비고란에 ‘나사본’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D씨는 평가란에 ‘민정당 출신 특채’로, E씨는 ‘한나라당 모의원 추천 특채’로, F씨는 ‘반개혁적, 노조 집행부 불신 주모자(노조 탈퇴)’로 적혀 있다.

종방위는 98년 11월27일 전체 일반직 121명 가운데 33명과 기능직 16명을 강제해직(직권면직)했는데 해직된 일반직 33명을 출신지별로 보면 서울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청 8명 △영남 7명 △강원 4명 △경기 3명 △호남 1명이었다.

해고자들 중 24명은 98년 1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것을 시작으로 법원에 해고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정리대상자의 선정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한편 당시 평가서를 작성한 A씨는 소송과정에서 “정리대상자들은 정치권의 청탁에 의해 특채된 직원으로 업무 수행과 관련 없는 정보교환 등을 하면서 반개혁적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라며 평가 이유를 설명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