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문건 폭로 직원 양심선언 "살생부가 우리일터 유린…"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40분


한국마사회 ‘살생부(殺生簿)’를 동아일보에 공개한 마사회 직원 7명이 21일 양심선언을 통해 문건 공개에 따른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새벽 20개 언론사에 본지에 제공한 문건을 똑같이 배포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소박하고 간절한 심정으로…’라는 제목의 A4지 3장 분량의 ‘문건 공개에 따른 입장’을 전달했다.

또 오전 9시 마사회 직원 전용 사내 통신망인 ‘핸디 소프트’ 공지사항에 발표문을 게시했다.

한편 마사회 노조는 이날 발행한 ‘마사노보’에서 “98년 구조조정의 전말과 관련해 회장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살생부 문건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진상 규명을 통해 문건 작성과 관련된 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건 공개 과정〓마사회 살생부의 존재는 전 회장 여비서 김형아(金炯娥)씨가 98년 10월경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신현석(申鉉碩·41) 서비스팀 과장에게 “과장님도 정리 명단에 들어 있다”고 알려줌으로써 처음 실체가 확인됐다.

김씨는 당시 신 과장에게 ‘지역편향성, 반개혁성’이라는 평가가 내려져 있다는 것을 알려줬고 신 과장은 문건을 복사해 보관해 두라고 김씨에게 부탁했다.

신 과장은 2년여가 지난 지난해 10월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사측과 인력구조조정 과정에서 결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일수(申日洙) 전 노조위원장이 3선을 위해 출마하자 문건 공개 여부를 친한 동료들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두달여의 격론 끝에 문건 공개를 결정했다. 신 전 노조위원장은 문건이 공개되기 전에 실시된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4표 차로 낙선했다.

신 과장은 문건을 공개할 대상으로 동아일보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 “현 정권에서 편집권이 가장 자유롭고 객관적인 의견 개진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21일 전 회장실 여비서 김형아씨가 본보에 실명으로 보도된 이후 김씨를 보호하기 위해 양심선언 형식으로 자신들이 문건 공개에 참여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