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직행버스 출퇴근길 '콩나물 시루'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16분


서울로 오가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와 성남시 분당신도시 주민들은 날마다 ‘출퇴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승용차 운전자는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반 버스와 지하철은 신도시 각 마을을 거치는 우회 노선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한 출근 시간대에는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주로 광역 직행버스를 이용하지만 노선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배차 시간이 길어 ‘콩나물 시루’에서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기도 그리고 버스회사들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3일 오전 7시40분경 일산신도시 마두역 정거장. 대화역 종점을 출발한 1000번 광역 직행버스가 세 번째 정거장인 이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좌석은 만원이고 입석 승객도 많았다.

서울시청역 부근 회사에 다니는 이준성씨(39·고양시 일산구 마두동)는 1시간 가량 서서 가야한다는 생각에 아찔했지만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 버스에 올랐다. 두 정거장을 지나자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또 버스 내에는 뿜어져 나오는 히터 열기로 짜증이 났다.

이씨는 “그나마 최근 배차 간격이 줄어든 게 이렇다”며 “출퇴근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맥이 풀린다”고 말했다.

또 최경수씨(37·성남시 분당구 서현동)도 서울로의 출퇴근길은 지옥같다고 표현했다. 20분 넘도록 광화문 직행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인데다 버스가 집 앞 정류장에 섰을 때는 이미 만원이어서 짐짝처럼 끼어 서울로 가야 한다는 것.

현재 일산신도시에서 서울까지 가는 광역 직행버스 노선은 1000번 밖에 없고, 분당신도시에서는 45-2, 9000번 등 2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광역 노선이 아예 없는 산본 평촌 등 다른 신도시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 고양시 등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를 거쳐 서울시에 광역버스 증차와 노선 신설을 요청하는 한편 건설교통부에 조정 신청을 낸 상태다. 기존 노선의 경우 10% 이상의 증차를 하려면 해당 시도의 승인을 받아야하나 서울시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

안양시가 지난해 서울 도심까지 가는 광역버스 노선 신설을 요구하며 조정까지 벌였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서울시는 “교통난 때문에 광역버스 증차나 노선 신설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탓에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신도시 주민들이 늘고 있는데도 서울시가 무조건 광역버스 증차를 막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스업체들이 증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신도시 주민들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 낮시간대에 손님이 없기 때문에 차량을 늘리기 힘들다는 논리다.

<성남〓남경현기자·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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