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 화물트럭 ‘공포의 질주’

  • 입력 2001년 11월 15일 01시 01분


대형 화물트럭 등이 서해안고속도로(인천∼목포) 가운데 인천 기점∼남동공단IC 구간에서 과속 및 난폭운전을 일삼고 있어 대형 교통사고가 우려되고 승용차 운전자 등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오전 10시 왕복 8차로인 서해안고속도로 인천 기점∼남동공단IC 4㎞ 구간. 인천항을 출발한 화물트럭 7대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마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 화물트럭의 속도는 순식간에 시속 130㎞를 넘었다. 이는 제한 최고속도 100㎞를 훨씬 초과한 것이다.

잠시 후 화물트럭들은 1, 2차로를 왔다갔다하며 앞서가는 승용차 등에 클랙션을 울려대고 라이트를 비추며 속도를 더욱 높혔다. 깜짝 놀란 승용차 운전자들이 비켜주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느라 진땀을 흘렀다.

10여분 뒤. 이번에는 원목과 모래 등을 가득 싣은 화물트럭 4대가 시속 120㎞로 1차로를 따라 나란히 질주했다. 적재함 덮개를 제대로 씌우지 않은 탓에 원목찌꺼기와 모래가 도로위로 마구 떨어졌다. 뒤따르던 한 승용차의 앞 유리창에 모래 등이 떨어지는 바람에 승용차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로 인해 뒤따르던 승용차 4대가 잇따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자칫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구간에서는 올 4월 화물트럭이 승합차를 들이받는 바람에 3중 추돌사고가 나 승합차 운전사 등 3명이 크게 다치는 등 한달 평균 10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한편 화물트럭 적재함에서 떨어진 돌과 원목찌꺼기 등으로 인해 뒤따르던 승용차가 파손되는 피해도 적지 않은 편이다.

승용차 운전자 양인식씨(43·인천 중구 신흥동)은 “최근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대형 화물트럭이 내 차를 급하게 추월하면서 자갈 몇개가 떨어진 뒤 이 중 하나가 내 차의 앞 유리창에 부딪히는 바람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양씨는 “좌우에서 대형 트럭들이 나란히 달리는 바람에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그냥 달리면서 공포를 느껴야 했다”며 “화물트럭이 너무 많아 어느 트럭에서 떨어진 돌인지 구별하기 힘들어 보상도 요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구간 통과차량은 하루평균 1만3000여대. 이 중 화물트럭이 30%를 넘는다. 승용차 운전자 김종수씨(42·인천 연수구 동춘동)은 “화물트럭들이 차선을 마구 바꿔가며 과속 질주하는 바람에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기가 겁날 정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적재 상태가 불량하거나 과속운전을 하는 화물트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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