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반대" 3천명 시위…서초구청장 등 청계산서 항의집회

  • 입력 2001년 7월 8일 23시 26분


서울시 화장장 및 추모공원 최종 선정 발표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초구 주민 3000여명은 부지후보 1순위로 발표된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등산로 입구에서 ‘청계산 화장터 건립반대 궐기대회’를 가졌다.

주민들은 “서울시는 서초 구민을 지역이기주의로만 몰아붙이고 있다”며 “서울시야말로 밀실 행정을 중단하고 입지 선정과정부터 낱낱이 공개하라”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며 판교 개발에 난색을 표하는 서울시가 주말이면 교통혼잡이 극심한 원지동에 화장장을 짓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화장터건립반대 투쟁위원회’의 김덕배 사무처장은 “98년 발표된 화장장 설치 개념도가 원지동 개나리골 전경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원지동을 내정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선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궐기대회에 참석한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시장이 개발제한구역에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관계 구청장과 협의토록 규정돼 있으나 서울시가 공식 비공식적인 협의를 해온 적이 없다”면서 “모든 행정력과 법적 대응을 통해 화장장 설치를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은 “화장장 부지 선정 얘기가 나올 당시 서울시의원이며 민주당 이 지역 지구당 전 부위원장으로 이 일대에 땅을 많이 갖고 있는 조모씨가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의 임야에서 잡목을 베어내고 비싼 주목 3만그루를 심으면서 땅 주인들에게 주목을 심으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주민 이모씨는 “조씨가 땅을 구입한 뒤 서울시 고위간부를 찾아가 ‘화장장을 유치할 테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당시 함께 간 주민이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화장장 후보지로 적시된 원지동 산 83의 1에 3586평을 비롯해 이 일대에 모두 1만평 정도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는 서울시가 추진중인 5만여평 규모인 추모공원 부지의 5분의 1에 해당한다.조씨는 산 83의 1 외에도 산 72에 4391평 등 모두 4곳에 땅을 소유하고 있으며 78의 4와 78의 9 1213평은 시의원 재직시(95∼98년)인 98년 초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97년 2월 장묘시설 확충방안에 대해 시정개발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현재 이 지역의 땅값은 평당 30만∼100만원선.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린벨트가 해제될 경우 땅 소유주들이 적지 않은 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조씨는 “원지동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산 83 일대의 땅은 80년대 초 법원 경매를 통해 구매한 것이며 나머지도 다른 곳에 소유하고 있던 땅을 판 돈으로 98년 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의원 때부터 화장장이 들어오면 지역발전에 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적은 있지만 이를 위해 시에 로비를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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