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금강산 관광]2년적자 4천억… 현대 버티기 한계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41분


금강산 관광사업이 어렵다.

98년 11월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한지 2년 만에 4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는 현대는 급기야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 숫자는 제자리걸음인 데도 북한측에 매달 1200만달러 이상의 관광대가를 꼬박꼬박 지급해야 하는 것이 금강산 관광사업의 현주소다.

▽현대 “이대로는 배 못 띄운다”〓현대는 지난 2년간 금강산 사업을 통해 4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11월 현재 수입이 2억3300만달러인 데 비해 지출은 무려 6억1200만달러다. 관광선 운영수입으로 2억2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온천과 상품판매 등으로 1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지출은 그야말로 ‘눈덩이’다. 북한에 관광개발 사업대가로 3억3000만달러를 제공했다. 여기에 동해 부산 속초 여객터미널 시설과 금강산 현지부두, 편의시설, 해상호텔 등에 1억2600만달러를 투자했다.

대책마련을 정부측에 호소하고 나선 현대는 “애당초 금강산 사업의 정부승인이 떨어졌을 때 정부측에서 이미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을 모집할 수 있도록 부대시설과 여건을 조성해 달라는 얘기다.

▽관광객 당초예상의 37% 그쳐〓현대상선측은 “금강산사업은 관광객이 한 해 50만명이 넘어야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금강산 사업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1월 12일 현재 금강산을 다녀온 총인원이 37만명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금강산 관광은 아직 매력적인 관광코스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에 나선 외국인의 숫자는 836명. 이 가운데 일본인이 140명에 불과하다.

금강산 관광사업 추진현황

구분세부내용금액(단위:천달러)
수입관광선 수입220,000
기타(온천장, 상품판매 등) 수익 13,000
소계233,000
지출관광개발사업대가330,000
관광선임차 및 운영비용 등156,000
시설투자비용126,000
소계612,000

현대가 당초 계획한 선상 카지노와 면세점 운영은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금강산으로 취항하는 관광선이 내항면허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카지노 허가가 나지 않는 것은 금강산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북한측과의 약속도 진척이 전혀 없는 상태다. 북한은 당초 자신들이 약속한 해상호텔 건설과 골프장 건설 등 기타 사업에 대해 계속 함구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금강산 사업은 처음부터 적자가 불가피했다. 관광객 1인당 200달러를 북한에 지급키로 하는 등 2005년초까지 총 9억4200만달러를 지급키로 약속했기 때문. 1인당 관광요금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북한에 지불해야 하는 형국이니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손해가 늘어나는 구조적인 문제가 항상 도사렸다.

현대상선은 올해 해운경기의 호황으로 3400억원의 영업이익에 1429억원의 순익을 거두었다. 해운영업에서 거둔 수익을 금강산 관광사업에 퍼붓는 형국이지만 이마저 한계에 부닥쳤다는 얘기다.

▽현대아산 “추가 자금마련 불투명”〓금강산 관광사업은 현재 선박운영은 현대상선이 맡고 있고, 금강산 온천 및 공연장 등 금강산 관광의 전반적인 운영은 현대아산이 담당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자구안 마련에 눈코 뜰새 없는 상황에서 현대아산의 자금조달 전망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8월 현대상선 등 7개 계열사로부터 1357억원의 증자를 받았으나 이후 추가증자는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국제협력은행 등과의 외자조달 또한 북한의 투자보장협정 지연으로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사실상 ‘현대우산’을 떠난 상태에서 정몽헌 회장만으로 자금난을 극복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 무엇이 문제인가 ▼

금강산 사업이 최대고비를 맞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턱없이 모자라는 관광객 숫자다. 출범후 2년동안 관광객은 37만명. 당초 연간 50만명씩 2년간 총 100만명을 예상했으나 37%정도에 불과하다. 현대아산은 2년간 100만관광객을 전제로 2005년 2월까지 9억4200만달러를 지불키로 북측에 약속했다. 지난해말까지 지불한 금액은 3억4000만달러.

▽“절경 감상만으로는 한계”〓이 사업을 어느 누가 떠맡는다 해도 이대로라면 적자가 불가피하다. 선내 카지노, 면세점 운영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향민 등 금강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다녀왔다. 선택상품이나 위락시설 등 부대조건이 갖춰져야 국내 및 외국 관광객을 추가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정부도 당초 이같은 필요성을 인식,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남북협력사업 승인 당시 부대사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유람선의 운항사업 면허가 ‘외항운송사업’ 면허가 아닌 ‘내항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하는 등 관련법 때문에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통일부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문화관광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관세청 국세청 등 7개 부처들이 금강산 사업을 보는 잣대가 모두 다른 것도 문제를 풀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일관된 정부방침이 없다는 얘기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통일부측은 “북한은 현실적으로 내국도 외국도 아닌 특수한 관계이며, 개별법령도 현실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무리한 관광대가 지급도 재점검돼야〓무리한 대북사업이 현대위기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있다. 현대는 이에 따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측에는 사업대가 인하를 위한 협의에 나섰다. 과도한 사업대가가 결국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북한측에 인식시키겠다는 것. 사업대가의 총량을 줄이지 못한다면 지급조건 자체를 완화시키는 방안 등 종합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인터뷰/김충식 현대상선 사장 ▼

“지금과 같은 사업구조로는 어느 기업이 맡아 해도 금강산 관광사업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김충식(金忠植)현대상선 사장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카지노와 면세점만 해도 그렇습니다. 금강산에서 떼돈을 벌려는 속셈이라는 사람도 있다지만 사정을 전혀 모르는 말입니다. 이는 애당초 정부의 약속이자 승인사항으로, 이제는 약속을 좀 실천에 옮겨달라는 주문입니다.”

김사장은 정부측의 무반응에 할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애써 말을 삼갔다.

“2년 전 정부가 선내 카지노 등 부대시설 운영이 포함된 금강산 관광사업계획에 대해 분명히 승인을 했습니다. 우선 시급한 문제가 바로 이겁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멈출 수 없지 않은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남북간 인적 물적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결손을 입고 있는 형편이다. 회사의 신용도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과연 금강산 관광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와중에 6일 속초에서 쾌속관광선이 새로 취항됐다.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 아닌가.

“쾌속관광선의 속초 취항은 여러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지금까지 유람선 3척으로 3박4일 일정만 운영해 왔는데, 쾌속관광선이 속초에서 취항하면 금강산까지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또 설악산과 금강산을 연계하는 관광이 가능해진다. 남북한의 대표적인 명소를 한꺼번에 관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해외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지속돼야 한다는데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데….

“등산 위주의 관광에서 선택상품이나 위락시설 등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아야 한다. 더 많은 관광객이 금강산을 방문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이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지름길이다.”

▼ 쟁점 어떻게 돼가나 ▼

현대가 정부에 요청한 금강산사업 활성화 방안의 골자는 카지노 사업의 허가와 북한에 지불하는 관광대가의 인하. 물론 현대측은 해상호텔과 유람선 내 면세점 설치,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현대가 해상호텔 카지노 사업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것은 최소한의 수익성을 보장해 달라는 절박감이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관광객수가 당초 목표의 37%밖에 미치지 못하는 등 도저히 수익구조가 안 나온다는 것. 현대는 북한에 관광사업 대가를 지급키 위해 현대아산 자본금을 야금야금 까먹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현대아산은 앞으로 3개월 이상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통일부측은 우선 현대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 금강산 사업을 벌여온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카지노 허가문제는 부처간 이견이 여전해 여건 조성이 덜 된 상태”라며 “유람선에 면세점을 설치하는 문제는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는 입장이다.

북한측에 요청한 관광사업 대가 인하문제는 전적으로 북한측의 의도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실정. 현대는 대가를 현재의 절반수준인 월 500만∼600만 달러로 깎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또 대가 총액을 줄이기 위해 지급기한도 2005년 3월에서 앞당겨주도록 호소하고 있다.

▼ 금강산 관광사업 일지 ▼

▽1989.1 정주영 명예회장 방북,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 체결

▽1998.6.16 정주영 명예회장 판문점 통 해 1차 방북

―금강산 관광사업 계약 체결

―남북경협사업 합의

▽1998.8.6 통일부, 현대상선·현대건설 금강개발 남북협력사업자 승인

▽1998.11.18 금강산 유람선현대 금강호 첫 출항

▽1999.2.28 금강산 온정리 휴게소 및 금강산 문화회관 준공

▽1999.6.21 민영미씨 사건 발생, 금강 산 유람선 3척 운항 중단

▽1999.8.5 금강산 유람선 3척 운항 재 개

▽1999.10.23 초청 외국인 첫 금강산 관광

▽1999.11.18 금강산 관광 1주년

▽2000.3.9 금강산 유람선 부산항 기항 (현대 풍악호 출항)

▽2000.8.10 해외교포, 일본인 등 외국 인 관광 전면 허용

▽2000.9.15 금강산 관광객 30만명 돌파 (592항차)

▽2000.10.1 쾌속 관광선현대 설봉호, 해상호텔호텔 해금강 투입

▽2001.1.6 쾌속관광선현대 설봉호 속초 취항

▽2001.1.13 카지노사업 허가 재신청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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