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마비 대혼란]醫協 협상안 마련 "대화하겠다"

  • 입력 2000년 6월 21일 01시 14분


정부의 의약분업안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20일 0시부터 집단 폐업에 돌입해 곳곳에서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종합병원의 외래 진료가 중단되는 등 전국 병의원에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전국의 전공의 1만2000여명이 19일 일괄적으로 병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국공립병원은 정상 운영된다는 정부의 말과는 달리 국공립병원에서조차 ‘진료공백’이 예상돼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국 41개 대학 의대생들도 20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집회를 갖고 동맹휴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김재정(金在正)대한의사협회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7월 1일 시행 예정인 의약분업을 전면 유보하지 않는 한 폐업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전국 시군구 지회별로 회원들의 폐업신고서를 해당 보건소에 우편으로 발송했고 종합병원의 인턴과 레지던트 등도 병원측에 잇따라 사표를 제출했다.

김회장은 “대통령은 의료계의 폐업을 국가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하루빨리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대통령이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의약분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약사법 개정을 약속하는 것 외에 ‘선 시행 후 보완’을 포함한 어떠한 대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9일에도 대형 종합병원은 응급환자를 제외한 환자들의 수술을 중단하고 조기 퇴원을 종용해 환자들과 곳곳에서 충돌했으며 한때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폐업을 우려한 환자들이 진찰을 미리 받으려고 오전부터 몰리는 바람에 의사의 진료를 받는 데 4∼5시간, 수납하는 데에만 4∼5시간이 걸리는 등 한밤중까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형 약국이 몰려있는 종로5가 등지에서는 병의원 폐업 사태를 우려한 시민들이 ‘약 사재기’에 나서 일부 의약품은 재고가 바닥나기도 했다.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이날 많게는 1년치 약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바람에 일부 전문의약품은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한편 경실련 참여연대 YMCA 등 2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약분업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YMCA 강당에서 ‘의사회 집단폐업 철회와 의료개혁을 위한 각계 인사 500인 선언’을 발표하고 의사들은 집단폐업을 철회하고 의약분업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연세대 가톨릭대 등 대부분의 전국 의대 교수들은 의료계의 집단 폐업을 지지하면서도 이미 예약 받은 외래 및 입원환자와 응급환자는 진료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교수들은 “18일 발표된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의 결의에 따라 22일까지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가 없을 때는 교수직을 사퇴하고 전공의와 의대생을 포함한 의협회원들에게 법적 제재가 가해질 경우 교수직을 사퇴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성희·이진영기자>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