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견 좌절 비관 우울증 자살도 산재＂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박해식(朴海植)판사는 20일 회사가 약속한 미국지사 파견이 좌절되자 우울증이 생겨 자살한 오모씨(35)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오씨가 미국지사 근무가 좌절되자 심한 좌절감과 비관을 견디다 못해 우울증에 걸렸으며 여기에 과로와 스트레스가 겹쳐 끝내 자살을 택한 만큼 자살과 업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재판부는 이어 “오씨는 지사 파견이라는 희망 하나로 근무조건이 열악하고 전공분야가 다른 업무를 과도하게 하다가 희망이 꺾이자 무력감에 빠져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씨의 유족은 모 대학 전산공업과를 졸업한 오씨가 무역업체인 K사 국제영업부 차장으로 근무하다 98년 12월 자살한 뒤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공단측이 “단순한 비관에 의한 자살은 자해행위에 해당돼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며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