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운동 30주년]영욕의 점철 벗고 순수 국민단체로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영욕(榮辱)으로 점철된 새마을운동이 22일로 30주년을 맞는다.

70년 4월 22일 당시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의 제창으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구호 아래 전국적으로 추진됐다.

새마을운동은 관변단체 시비와 이른바 ‘새마을 비리’ 등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았으나 관 주도의 국민운동으로는 드물게 국내외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98년 리서치앤리서치 등 여론조사기관이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50년간 한국인이 성취한 가장 큰 업적 1위로 새마을운동이 꼽히기도 했다.

또 지금까지 러시아 몽골 베트남 중국 등 164개국 3만8000여명의 농촌 지도자들이 한국을 찾아 새마을 운동을 배우고 돌아갔다.

그러나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동생 전경환(全敬煥)씨가 81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마을운동은 크게 변질됐다.

전씨는 새마을운동 조직에 몸담았던 6년여 동안 기업체에 압력을 넣어 막대한 ‘새마을성금’을 끌어모으고 새마을지도자들의 소득원으로 연간 2만마리의 소를 도입하라고 정부에 요구해 소값 하락과 축산농민의 자살로 이어진 ‘소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

이후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새마을운동 조직은 98년 원로 시민운동가인 강문규(姜汶奎)씨가 중앙회장으로 취임한 뒤 순수 민간단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관변단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한때 ‘새마을’이라는 명칭까지 바꿀 것을 고려했으나 회원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3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강회장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80년대에 조직 상층부가 비리를 저질러 여론의 버림을 받았지만 230만 회원들은 아직도 새마을운동을 시작할 당시의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는 자율적인 국민운동 단체로 통일에 대비한 이북 지원활동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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