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색문제/수험생 반응]"황당했다" "재미있다"

  • 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시험시간에 웬 방송뉴스?” “어라, 판소리까지….”

17일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파격출제’에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황급히 적응하느라 큰 곤욕을 치렀다.

규격화된 입시문제의 틀을 깬 ‘이색문제’들은 대부분 실생활의 경험에서 ‘추출’된 것. 이에 무관심했던 수험생들에게는 그 어느 문제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험생 대부분이 영상매체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해 어느 때보다 그림과 도표를 곁들인 문제가 많았던 것도 특기할 만한 대목.

‘이색문제’에 대해 수험생들이 보인 반응은 황당함에서부터 허탈 무덤덤 유쾌 등 천차만별.

제1교시 언어영역 듣기평가시간이 시작되자 수험장마다 가벼운 탄식과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출제된 것.

출제자는 ‘10여년전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장수하늘소가 최근 발견됐는데 암수가 바뀌는 등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방송뉴스를 들려준 뒤 기자의 취재태도 등을 물었다. 이어 흥보가의 ‘박타는 대목’을 들려준 뒤 창 아니리 발림 추임새 북장단 등과 같은 판소리 구성요소를 구분하고 올바른 학습태도는 어떤 것인지를 물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뉴스지문은 현실생활에서 이뤄지는 언어생활에 접근하기 위해서, 판소리지문은 우리 것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의 ‘허점’을 찌르기 위해서 인용했다”고 출제배경을 설명했다.

송윤섭군(18·세화고 3년)은 “언어영역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는데 특히 듣기평가의 경우 모의고사 형식과 너무 달라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권준모군(19·영동고 졸업)도 “판소리는 사실상 음악문제인데 언어영역에 들어 있어 문제지를 받았을 때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반면 오상열군(18·구정고3년)은 “모의고사를 치를 때는 성우 목소리로 녹음된 테이프만 들어 재미가 없었는데 매일 뉴스에서 듣던 목소리를 수험장에서 듣는 게 이색적이었다”며 “재미있는 시험이었다”고 말했다.

‘파격’은 2,3교시에도 이어졌다. 2교시 수리탐구Ⅰ 수학영역에는 ‘수학은 따분한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뒤엎는 문제들이 다수 출제됐다.

대표적인 것은 수험생들이 익숙한 컴퓨터를 응용한 것으로 매년 빨라지고 있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의 속도가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을 계산하라는 문제.

3교시 수리탐구Ⅱ 사회과학영역에서는 ‘세계정세’에서 출발한 문제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출제자는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6개국을 보기로 들고 경제규제와 부패도, 경제성장률과의 상관관계를 물었다.

선택과목인 경제문제에서는 기름값 집값의 인상 등 물가 인상과 관련한 4컷짜리 만화를 제시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정책을 묻기도 했다.

이와 함께 Y2K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 대만 지진을 예로 들어 지진의 발생원리를 묻는 문제, 국가의 기능은 과연 축소되는가 등 시사적인 문제도 다수 출제됐다.

〈김상훈·박윤철·이완배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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