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파문]'이도준의혹' 의원들 왜 돈주고 보증을?

  • 입력 1999년 10월 31일 19시 59분


‘언론대책문건’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제보했던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의 행적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의문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기자가 정의원에게 1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야의원들로부터 빚보증을 받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계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기되는 의문 중 하나는 이기자와 정의원, 그리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관계. 정의원은 “90년대 초반 안기부에 있을 때부터 이기자를 알고 지냈으며 96년 국회에 진출한 뒤 이기자와 자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이기자의 얘기 중 상당부분은 내가 독자적으로 파악한 정보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그를 자주 만났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이기자를 정치권 움직임을 파악하는 ‘정보원’으로 활용했다고 생각하게 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정의원은 또 “이기자가 부친의 사업실패로 집까지 넘어가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지난해 11월 편지를 보내 도움을 호소했다”면서 “인정에 끌려서 이기자에게 1000만원을 도와 줬을 뿐이다”고 말했다.

또 이기자가 자기 부인과 이총재 딸이 친구라고 말하면서 이총재측에도 줄을 대려 노력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이기자가 97년 대선 때 이총재의 ‘비선조직’에서 일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그러나 최근까지 총재보좌역을 했던 장다사로씨는 “이기자로부터 부인과 이총재의 딸이 가까운 사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총재가 이기자와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기자는 정치부를 떠나 사회부로 옮긴 뒤에도 한나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국민회의 자민련 의원들과도 계속 접촉하면서 경제적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볼 때 의원들이 아무런 이득이 없는 데도 이기자에게 돈을 주거나 빚보증을 서주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기자가 여야간 줄타기를 하면서 정치권 주변 움직임에 관한 정보나 문건 등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의원들에게 제공하고 대신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았으리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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