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장 등 경기銀에 대출외압 의혹…당사자들 부인

  • 입력 1999년 7월 18일 23시 25분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과 국민회의 서정화(徐廷華·인천중―동구―옹진군)의원이 지난해 경기은행이 퇴출되기 직전 부실기업에 거액을 대출해주도록 외압을 가했다고 서이석(徐利錫)당시 경기은행장이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같은 사실은 18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서전행장 검찰 수사기록에서 확인됐다.수사기록에 따르면 서전행장은 5월17일 “지난해 부실기업인 ㈜태화건설에 대한 대출 과정에서 청탁이나 외압이 없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인천시청에서 태화건설에 대출을 해주도록 공문을 보냈고 최시장이 대출을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서전행장은 최시장의 부탁에 따라 지난해 4월7일 태화건설의 기업어음(CP) 46억원어치를 매입해 줬다고 밝혔다. 태화건설은 당시 기업어음 매입 부적격업체였고 은행여신심사위원회에서도 이 회사에 대한 신용대출을 부결시킨 상태였다고 서전행장은 진술했다.

서전행장은 이어 이틀 뒤 태화건설에 일반자금 60억원을 대출해줬으며 같은해 5월7일과 6월5일 각각 42억원과 26억원을 추가로 대출해주는 등 모두 174억원을 대출해줬다.

서전행장은 또 인천지역 건설업체인 ㈜일신에 50억원을 대출해주는 과정에 서의원이 대출청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서전행장은 “당시 박원국 수원지점장 등 실무자들이 ‘일신의 재무상태가 나쁘다’며 대출을 반대했으나 서의원이 수차례 대출 부탁을 하고 대출 관련 진행상황을 물어와 대출해줬다”고 진술했다.

서전행장은 당시 일신에 대한 대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서의원의 고교 후배인 은행 임원 등을 동원해 서의원을 설득, 대출청탁을 적당히 무마하려 했으나 잘 안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의원은 “압력을 넣은 적도 없고 로비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서의원은 “일신은 지구당 후원업체의 하나일 뿐”이라며 “서전행장이 대출해준 것은 일신이 우리 지구당 후원업체이기 때문에 알아서 해준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최시장은 18일 미국에서 귀국한 직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은행 서전행장을 간혹 만나 지역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은 있지만 대출압력을 넣은 적도 없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이수형·정위용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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