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월급갖고 살라니…』정부비판 괴문서 파문

  • 입력 1999년 5월 21일 19시 28분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을 담은 A4용지 3쪽 분량의 ‘괴문서’가 관가(官街)에 나돌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괴문서는 공무원들의 박봉에 대한 한탄과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다.

“장관 도지사 국회의원은 집안에 돈을 쌓아두고, 그것도 모자라 권세와 명예를 누리며, 가족 사랑은 남달라서 부인은 과소비로 달래주고, 귀여운 자식은 군대 안 보내는데, 왜 우리더러는 월급만 갖고 살라고 합니까.”

현 정부에 대한 냉소가 그 바탕에 깔려 있다.

“현 정부도 정권을 잡자마자 지주 곳간 문을 부수고 쌀을 빼앗아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풀어주는 것처럼 하고 있는데 남들이 기백만원씩 받을 때 초봉이 40만원도 안되는 공무원들이 과연 악질지주란 말이냐.”

“위에서 맨날 규제를 폐지하고 공직기강을 잡고 구조조정만 하십시오. 밑에서 우리 말단공무원들은 5년 내내 열심히 우리 개인적인 일만 하렵니다.” 이 괴문서는 “월급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받을 것”이라는 개혁에 대한 비아냥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14일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토론광장인 ‘열린마당’에 실린 ‘공무원비리가 생기는 근본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괴문서의 출처. 작성자는 ‘김대삼’이라는 가명으로 돼 있으나 현직 공무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행자부는 이 글을 인터넷에서 즉시 삭제했으나 복사판이 계속 관가에 나돌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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